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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포항시 북구보건소가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한 ‘찾아가는 심리 상담’ 사무실을 찾은 초등학생 임모(11) 양은 “입맛도 없어져 평소 좋아하는 고기반찬조차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감기 몸살을 앓는 어머니 약을 타 돌아가다 심리 상담 사무실 개소 이후 처음 방문한 임양은 “엄마가 괜한 걱정을 하실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겠다”고 했다.
10분 가량 설문지 작성과 구두로 증상을 설명한 임양에게 상담원은 간단한 처방을 해주었다. 계속된 여진으로 느낀 일시적인 불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일주일 이상 길어진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임양은 “상담을 받았더니 숨이 잘 쉬어지고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고 안도했다.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인 규모 5.4의 지진 발생 이후 임양처럼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포항시 남·북구 보건소는 전날 오후부터 국립부곡병원, 경북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흥해실내체육관과 대도중·항도초 등 5곳에서 주민들의 심리 치료를 시작했다.
김성삼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연구실 조교들과 함께 이날 오전부터 개인 자격으로 대피소를 방문해 65세 이상 할머니들의 상태를 일일이 살폈다. 김 교수는 할머니 십여 명과 체육관 바닥에 원을 그리고 앉아 손과 발의 근육을 풀면서 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경주 지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탓에 이번 포항 지진 공포가 다른 지역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첩 트라우마’를 막으려면 두 지진 간 연결 고리를 끊는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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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당시 들고 있던 냄비에 끓는 물이 쏟아지면서 화상을 입은 이매자(73) 할머니에게 매일 소독을 하라며 새로 붕대를 감아줬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지 셋쨋날인 이날 오전 11시 현재 부상자는 77명으로 늘었다.
12명은 입원 중이고 대부분은 귀가했다. 입원자 중 70대 여성 한 명은 옥상에서 떨어지는 돌에 맞아 뇌 수술을 받은 뒤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일시 대피중인 이재민은 1797명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현재 포항·흥해 실내체육관 등 9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