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일본 구마모토서 연쇄 지진이 일어나며 정치는 물론 경제까지 흔들리고 있다. 정계에서는 내년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진에 공장을 폐쇄된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의 공장을 빌려야 되는 처지에 처했다.
여당, 소비세율 인상 연기론 솔솔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여당인 자민당에서 2017년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의 한 측근은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며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4일과 16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잇따라 강진이 일어나며 19일까지 44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이재민은 20만명에 달한다. 이 와중에 소비세율을 올리면 피해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아베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리먼브라더스 파산이나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중대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소비세율을 인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이 ‘대지진’으로 해석될 경우, 소비세율 인상 연기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마모토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보다 규모가 약한 만큼,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할 명분이 없다고도 지적한다.
소비세율 문제를 우려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진의 명칭을 (대지진으로 할 지) 앞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대답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에, 공장에…발등에 불떨어진 기업들
정계보다 더 급한 것은 당장 발목을 붙잡힌 기업들이다. 이미지센서용 반도체를 구마모토에서 주로 생산하던 소니는 후지쯔사(社) 미에현 공장에 위탁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니의 구마모토 공장은 지난 14일부터 닷새째 가동이 중단됐다. 게다가 고속도로와 철도가 산사태로 막힌 만큼, 당분간 후지쯔에 ‘더부살이’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공장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이신정기는 구마모토 공장 대신 인근 아이치현 공장에서 대체 생산에 들어간다. 아이신정기의 구마모토 공장에 전력은 공급되기 시작됐지만 변전 설비는 복구되지 않았다.
아이신정기는 도요타의 문 개폐 제어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일본 최대 제조업체 도요타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까지 5만여대의 자동차 생산에 영향이 생긴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밖으로 눈을 돌리는 회사도 있다. 액정패널 생산에 필요한 회로원판을 생산하는 호야(HOYA)의 구마모토 공장은 지난 16일 지진으로 화재까지 났다. 호야 측은 적어도 한 달은 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며 한국과 대만의 자사 공장에서 액정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마모토 공장을 대체할 곳이 없어 복구만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혼다는 23일 이후 구마모토 공장 가동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통이 어려운 만큼,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난평가업체 키네틱애널리시스는 제조업체들의 대책 고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이 660억달러(7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