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역사관 뒤늦은 해명.. 씁쓸한 퇴장

박수익 기자I 2014.06.24 18:05:33

문창극 총리후보자 지명부터 사퇴까지 2주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깜짝발탁’ 됐던 국무총리 후보자는 결국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사관 논란’으로 2주 만에 물러났다.

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35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한 정통언론인이지만, 보름 전만 해도 정치권에선 생소한 인물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 이후 무수한 하마평 속에서도 단 한번도 거론조차 없었던 ‘정치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깜짝발탁의 여운은 하루를 채 넘기지 못했다. 총리 지명 다음날인 11일 밤 공개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교회발언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논란을 넘어 모든 정국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또한 서울대 강의에서 ‘위안부 발언’ 등이 더해지면서 블랙홀은 걷잡을 수 없어 커져 갔고, 결국 ‘후보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사상 첫 기자출신 총리 타이틀의 문턱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문 후보자는 13분간의 사퇴 기자회견 가운데 3분의2 이상을 자신의 역사관 논란 해명과 정치권·언론에 대한 비판으로 할애했다. 전관예우 논란 속에 물러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약 3분 가량 차분히 소회를 밝힌 것과 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자신의 교회발언과 과거 칼럼들이 ‘거두절미’되면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이용됐다고 느끼고, 여러 차례 해명에도 자신을 ‘친일파’로 낙인찍는듯한 부정적 여론에 억울한 심정도 가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에게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만든 것인데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누가 법을 지키나”며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이는 문 후보자 자신을 포함해 현정부 들어 낙마한 김용준·안대희 총리후보자 모두 청문회에 서지도 못한 채 중도하차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2002년 김대중정부 시절 연이어 낙마한 장상·장대환 총리후보는 갖은 논란에도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의 인준절차는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후보자 스스로도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스스로 초기대응 과정에서 논란을 진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자신의 교회발언이 공개된 다음날인 12일 “사과는 무슨 사과할게 있느냐”라며 완고한 태도를 보였고, 몇 시간 뒤에는 언론을 상대로 법적대응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명 닷새째인 15일에야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돌아선 여론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청문회 전 충분한 소명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검증’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그가 내놓은 해명 역시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나 제주4.3사건 피해자 등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했고, 세월호참사로 상심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 후보자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월드컵 ‘한국-알제리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후반전에 열심히 경기(뒤늦은 사과와 해명)했지만 전반전의 치명적 실수(충분히 못한 설명)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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