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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이 지난 24일 김 후보자를 총리 지명자로 깜짝 발표할 때만 해도 여권은 물론 민주통합당 등 야당 내에서도 그의 인사청문회 통과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민주당은 “인품은 무난하다. 다만 책임총리로서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겠다”고만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앞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한 만큼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김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고액 부동산 증여 문제, 수십억의 차액을 남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또 법관 시절 일부 판결과 헌법재판소장 퇴임 뒤 닷새 만에 로펌에 자리를 잡은 사실 등이 문제가 됐다. 대부분 의혹 수준이었지만 병역 문제 등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대쪽 같은 소신이 김 후보자의 트레이드 마크여서 이번 청문회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서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수위와 새누리당 지도부 연석회의에서도 “너무 깜깜이다”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총리실 역시 부랴부랴 김 후보자의 의혹 관련 서류를 떼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박 당선인과 김 후보자는 ‘낙마’를 선택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박 당선인과 면담을 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사퇴발표문을 정리했다. 김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박 당선인에게 누를 끼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만 했다. 인수위원장직 사퇴에 대해선 박 당선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새 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만큼 박 당선인의 향후 정권출범 작업에 큰 부담이 수밖에 없다.
당장 박 당선인이 진행하고 있던 장관 17명 등에 대한 조각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후임 총리 인선부터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의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검증 작업도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동의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낙마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태다. 윤 대변인은 총리 후임 인선과 관련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결정되는 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후임 총리 지명자 결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사 검증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은 이날 사퇴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더이상 국민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도덕적 하자가 없는 분이 지명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