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전화는 실무진 간 사전소통 없이 진행됐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먼저 외무상과 경제산업상이 협의하고 그다음 정상들 간 대화를 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그리고 상호관세까지 연이어 발표되는 관세폭탄 속에서 총리가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총리 자신이 강하게 정상끼리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외교전에 공을 들여왔으나 이후 이렇다 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오는 7월 있을 참의원 선거 패배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일은 상호관세 협상을 위한 양측의 대표를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표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이다. 일본 대표로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재생상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시바 총재와 같은 돗토리현 출신의 중의원으로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일본은 이날 오전에는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전 각료가 참여하는 ‘종합대책본부’ 첫 회의를 열었다. 이시바 총리가 본부장을 역임, 미국 측에 관세 재검토를 요구할 방침을 제시하고 외교적 대처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미국 관세 조치 내용을 조사하고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있을 대미 협상에서 협상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도 취합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세정책으로 타격을 받을 국내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한다.
미국과의 거래를 위한 협상재료는 패키지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에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조달과 방위장비 구매 확대 등이 아이디어로 떠오른다. 보복관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론이 대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각국에서는 정상 간 회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방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17%로 부과된 이스라엘에 대한 상호관세 철폐를 요구했으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외 영국, 캐나다, 멕시코 각 정상이 3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70개에 가까운 국가들이 접촉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9일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