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은 일명 ‘한국식DMA’로 불린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플랫폼시장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 시장지배적지위를 갖는 최상위 극소수 기업만을 미리 지정해 멀티호밍제한·최혜대우요구·자사우대·끼워팔기 등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 안팎에선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가 사전지정 기업으로 거론됐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플랫폼법 내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듣겠다”며 “당장 사전지정제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이 제도가 필요한지와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열린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플랫폼법 세부내용 발표일정도 순연됐다. 애초 설 연휴 전후를 기해 발표하기로 했지만 업계 등 반발이 거세지자 세부안을 각계 의견수렴 후 내기로 했다.
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업계 의견도 다양하게 표출됐고, 그런 부분을 반영해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라며 “플랫폼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하는 방식 면에서 (독과점 해소) 목적을 달성하는 대안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세부안 발표 시점은 미정이다. 조 부위원장은 ‘상반기 내 발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기는 특정할 수 없는데 의견수렴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어느정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한 후 세부안이 만들어지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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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은 국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번 플랫폼법은 △사전지정 기업에 대한 ‘낙인효과’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성장기회 포기 유인 △민간자율 존중 원칙과 배치된다며 법률안 제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업계 의견을 대폭 수렴키로한데는 각계 비판 여론을 의식한 여당 내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당장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정치적 부담이 되는데다 의원 입법으로 총대를 멜 의원도 거대 이슈가 된 플랫폼법을 떠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까지도 공정위가 당에 당정회의를 열어달라고 했지만 당 지도부 반응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 부위원장은 ‘플랫폼법 입법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도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작년 12월 국무회의때 보고했고 그 과정에서 국회 등과 충분히 협력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국회와도 상의하고 필요한 부분은 대통령실과도 충분히 소통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