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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소복을 입은 유족들은 박 구청장이 법원을 도착해 재판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를 향해 강력히 항의했다. 재판을 마치고 박 구청장이 법정을 나서자 유족들은 “우린 구청 앞에서 소복을 입고 이러고 있는데 일할 맛이 나냐.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양심이 있으면 사퇴해라.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박 구청장의 차량이 떠난 자리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오열했다.
이날 공판에는 용산구청 행정지원과장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태원참사 당시 용산구청 재난안전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여부를 이 사건의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심문했다. 법원은 “재난안전법 시행령 등에 따라 관련된 지시나 배치나 이런 게 미흡했단 과실을 상당히 중요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며 “구청이 규정대로 할 수 있는데도 못했던 건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참사 관련 피고인들의 공판이 장기화한단 유족의 우려에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택시기사 신모씨를 증인으로 부르고 심문시간이 짧은 증인은 오전에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후엔 증인을 2~3명씩 묶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참사 당일 재난대응에 필요한 긴급지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간과 재난 대응 내용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지난 7일 박 구청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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