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번달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1년3개월 만에 이뤄진 동결보다 점도표를 통한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 시사에 더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시장은 예상 밖 쇼크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가, 결국 “연준을 못 믿겠다”는 쪽으로 옮겨갔다. 연준과 시장의 시각차가 큰 만큼 추후 통화정책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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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리 찍은 위원 3명 나와
연준이 14일(현지시간) 14일 성명서와 점도표를 내놓자 시장은 깜짝 놀랐다. 금리를 5.00~5.25%로 유지한 것은 예상대로였지만, 점도표가 워낙 매파적이었던 탓이다.
연준은 이번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최종금리를 5.6%로 발표했다. 직전인 올해 3월 당시 5.1%보다 무려 50bp(1bp=0.01%포인트) 더 높인 수치다. 현재 금리가 5.00~5.25%인 만큼 다음달과 9월, 11월, 12월 회의 가운데 두 번은 추가 인상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18명 중 절반인 9명은 올해 금리를 5.50~5.75%로 예상했다. 심지어 6.00~6.25%와 5.75~6.00%까지 각각 1명, 2명이 나왔다. 6% 이상을 찍은 3명을 포함해 18명 중 12명이 최소 연내 두 차례 인상을 점친 셈이다. 이는 많아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점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충격적이었다”며 “FOMC 직전에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둔화했던 만큼 이렇게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개장 전 나온 지난달 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에 그쳤다. PPI는 CPI를 몇 개월 선행한다는 점에서 월가 일각에서는 향후 급격한 물가 하락, 다시 말해 디플레이션 관측까지 나온 터였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인 3월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6%에서 3.9%로 높여 잡았다. 연준은 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에서 1.0%로 대폭 상향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4.5%에서 4.1%로 낮췄다.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이는 강경 긴축을 가능케 하는 토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씨티그룹은 “연준은 매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시장 “매파 연준 못 믿겠다”
점도표 발표 후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고조돼 있다”며 “다시 2%로 돌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근원물가는 많은 진전이 없었다”며 “거의 모든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예상하는 위원은 없다”며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인하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굳이 왜 이번달에는 인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하게 답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인상을 시작하면서 긴축 속도, 긴축 수준, 긴축 기간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이번 동결은 최종금리에 가까워지면서 인상 폭을 줄이는 일련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금리 레벨이 어느 정도 높아진 것 같으니, 일단 동결 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바꿔말하면 1년여간 긴축 정책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관심을 모은 것은 파월 의장이 다음달 FOMC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도표상 올해 두 차례 올리려면 다음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파월 의장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달 어떤 결정을 할지는 논의하지 않았고 이번에 무엇을 할지를 논의했다”며 “실시간으로 지표를 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성명서와 점도표는 매우 매파적이었지만 파월 의장의 언급은 (시장 입장에서) 다소 낙관적이었다”며 “파월 의장은 다음달 인상 여부에 대해 어정쩡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은 연준이 새 점도표를 따를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25bp 올릴 확률을 69.4%로 보고 있다. 하지만 5.50~5.75%까지 갈 것이라는 베팅은 9~12월 회의 모두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올리는 ‘스톱앤드고’(stop and go)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 연준 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