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패키지법안 ‘K칩스법’이 죽다 살아났지만 반도체업계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깔렸다.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이 커질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은 반도체를 서로 육성하려 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지원이 부족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말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신속 조성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으로 반도체 투자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관해 대기업은 8%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 기존에는 6%였다. 반도체 경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미국은 반도체 설비 투자액의 25%를, 대만은 연구개발 비용의 2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적했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는 경쟁국 수준의 K칩스법 개정안을 뒤늦게 마련했다. 최대 25~35%의 세액 공제가 담긴 것으로 경쟁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발의안을 내도 국회 문턱을 넘어야 세제 확대가 현실화된다. 그러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기업 최대 8% 세액 공제 내용이 담긴 기존 K칩스법은 그저 생색내기용 지원에 그칠 수 있다.
반도체는 4차 산업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미·중 패권경쟁의 무대가 반도체인 것도, 일본과 유럽 각국이 반도체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한파마저 찾아와 투자 위축 우려가 상당한 데, 기업의 힘만으로는 수익성 방어에도 숨이 차다. 반도체업계에 K칩스법 개정안이 ‘희망고문’이 아니라 희망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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