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23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지난 40일간의 조사활동 경과보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두환 정부, 80위원회 통해 5·18 자료 조직적 조작”
이건리 특조위원장은 “1985년 구성된 80위원회 등 국가계획안을 통해 5·18 관련 역사적 사실이 왜곡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노태우 정부 하에서 1988년에 5·11위원회 또는 5·11 연구반과 분석반을, 그보다 3년 앞선 전두환 정부 하에서 1985년 국무총리실 및 국가안전기획부의 80위원회 등이 구성됐다”고 말했다.
5·11 분석반은 지난 1988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실체가 알려진 조직이다. 보안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청문회 대책기구였다. 그러나 이전 전두환 정부에서도 이미 범 정부차원의 대응기구가 구성돼 운영됐다는 사실을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와 함께 80위원회의 활동 결과가 군 기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일부도 확인됐다. 1981년 6월 8일자로 기무사에 제출된 체험수기에는 5월 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의 경우 오후 1시 30분 자위권 보유 천명이 하달됐으며, ‘무릎쏴’ 자세로 집단 사격을 했다는 군 간부 증언 내용이 있다. 그러나 1988년 군사연구소가 발간한 체험수기에는 이같은 내용이 없으며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정이 이뤄졌다는게 특조위 분석이다. 체험수기의 수정과 변화는 80위원회와 같은 정부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이라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80위원회가 구성됐던 1985년 6월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분출했던 시기로, 전두환 정부는 국회의원 선거 참패로 처한 정치적 위기를 노신영 국무총리 임명과 각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으로 돌파하려 했다”면서 “총리로 새롭게 임명된 노신영은 직전에 안기부장으로 재직했으며, 후임 안기부장인 장세동이 실무위원회인 80위원회를 주도하면서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두게 된 배경은 이러한 정치적 관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軍 자료 대부분 왜곡·변질…특조위, 가짜와의 전쟁중”
이 위원장은 특조위 활동을 ‘가짜와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현재 보존돼 있는 군 자료 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거나 보존 연한의 경과 등으로 폐기됐으며 자료 일부는 왜곡되고 변질돼 있다는 것이다. 또 37년 전의 군 관계자들의 진술들 중 중요한 부분들은 기억이 없다거나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자전적인 체험수기들도 천편일률적이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기재되거나 군에 불리한 내용은 누군가에 의해 삭제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군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시각 내용이면 회송하여 재작성’ 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이에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과 폭탄을 탑재한 전투기의 광주 출격 대기 의혹의 진상규명을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달 11일 특조위가 출범했다. 특조위는 약 40일 동안 조사활동을 벌이면서 헬기사격 의혹에 대해 목격자를 포함한 19명을 조사했고,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에 관해서는 조종사와 무장사 등 29명을 조사했다. 특조위의 공식 조사 기간은 다음달 30일까지며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