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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끈기’·김한조 ‘노력’ 빚어낸 합작품
이번 통합 합의에는 김 회장의 끈기있는 승부수가 통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6일 ‘하나ㆍ외환은행의 통합절차 중단 결정’ 취소를 법원으로부터 이끌어낸 후 통합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김 회장이 직접 직원 설득에 나서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김 회장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대구ㆍ경북, 부산ㆍ울산, 경인본부 등을 돌면서 ‘스몰빅 콘서트’를 열어 직원들에게 직접 두 은행을 통합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노조로부터 최종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김 회장이다. 그동안 합병 당사자인 각 행장들이 노조와 합의를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며 뒤로 물러나 있던 김 회장은 첫째주 토요일이었던 지난 4일을 시작으로 지난 11~12일 이틀간 김근용 외환은행노조 위원장과 서울 반포동 팔레스 호텔에서 직접 만나 통합을 논의했다. 그는 그동안 노조가 요구했던 고용안정, 인사원칙 등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노조가 13일 오전 8시까지 답을 주지 않으면 더는 노조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12일 최후통첩을 보냈다. 김근용 위원장은 이날 하나금융에 공식적으로 통합에 합의한다고 통보했다.
이 가운데 물밑에서 노조와 가장 많이 접촉한 건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통합의 전권을 위임받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이었다. 김 행장은 직원 설득을 위해 27일 직원들과 폭탄주를 마셨고 최근엔 김근용 노조위원장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자택을 찾기도 했다.
◇외환銀노조 ‘실리·위기의식’ 공유
통합을 미룰 명분이 약하다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은근한 압박도 외환 노조 지도부가 통합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의 대화 자리에서 ‘통합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조속히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조로서도 계속 반대 입장만 고수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1년간 이어져 온 노사간 갈등으로 외환은행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점도 노조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금융이 노조의 분리교섭권을 인정해주고 무기계약직인 로즈텔러를 6급 정직원으로 전환해주기로 하는 등 노조가 요구한 사항을 전격 수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그동안 쌓였던 불신을 털어내고 통합은행 발전과 직원 권익 보호를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