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코스피가 하락 마감했다.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장 초반부터 기관이 매서운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지수는 1990선 아래로 힘없이 주저 앉았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05포인트(0.4%) 내린 1984.77을 기록했다. 지수는 개장과 함께 2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 반전, 결국 1990선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만에 다시 1990선 아래로 밀려난 것이다.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지수를 끌어올릴만한 호재는 없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상승했지만, 세 지수 모두 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하는 등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다.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로 지난주 기록했던 1% 이상의 낙폭이 과도했다는 시장의 판단이 힘을 얻으면서 뉴욕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장 전반에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만큼 지수 상승폭은 제한된 것이다.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둘러싼 우려가 부각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로그룹은 간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개혁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이날 장중 발표된 중국 물가지표는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발표된 중국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4%를 기록해 시장의 예상치 0.9%보다 훨씬 높게 상승했다. 하지만 생산자 물가지표(PPI) 상승률은 마이너스(-) 4.8%로 시장 예상치(-4.3%)보다도 부진했다.
대외적으로 크게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매도 ‘폭탄’을 던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 초반부터 매도에 나섰던 기관은 매도 규모를 키우면서 총 203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세다. 특히 금융투자에서 986억원, 투신에서 1163억원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인은 하루만에 다시 매수로 돌아서면서 798억원을 사들였고, 개인도 117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 매도 규모가 워낙 커 지수 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을 합해 총 177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원화 약세)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5원 급등한 1122.6원을 기록하면서 3개월만에 장중 1120원을 돌파했다.
업종별로는 의약품(1.35%)과 운수장비(0.7%), 섬유의복(0.26%)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건설업종은 해외 수주잔고 및 국내 주택시장 회복 기대에도 불루, 차익매물이 출회되면서 2.51% 빠졌다. 메릴린치, CLSA증권,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세가 몰리며 3% 하락한 SK텔레콤(017670)의 영향으로 통신업도 2.38% 약세를 보였다.
이밖에 전기가스업(1.49%), 증권(1.12%), 운수창고(1.07%), 기계(0.96%), 의료정밀(0.7%) 등도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 SK하이닉스(000660), 한국전력(015760), 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POSCO(005490)), SK텔레콤(017670), NAVER(035420), 삼성생명(032830), 기아차(000270), 아모레퍼시픽(090430), 삼성화재(000810), LG디스플레이(034220), KT&G(033780) 등이 내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SBC,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주문이 나오면서 2.11% 하락한 4만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중에는 4% 이상 낙폭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혜주인 수출주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삼성전자(005930)가 0.07%, 현대차(005380)가 2.37% 동반 강세를 보였다. 또 삼성SDS(018260), 제일모직(028260), 신한지주(055550), LG화학(051910), SK C&C(034730), LG(003550) 등도 올랐다.
이날 거래량은 4억3027만1000주, 거래대금은 4조6775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9개 종목을 포함해 271개 종목이 올랐다. 51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하한가 종목은 1개였고, 546개 종목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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