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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의 말단 연구원 출신인 조 신임 원장은 역시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개발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며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특히 “항공우주기술은 특성상 국가간 기술이전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핵심기술의 독자개발에 우리 역량을 총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우연이 더 이상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등 우주 선진국들의 기술 협조에 의존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한층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신임원장은 한국 우주개발 1세대로, ‘로켓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동국대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 1988년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입사했다. 이곳이 나중에 지금의 항우연으로 확대 개편된다.
그는 해외 유학경험이 없는 토종 과학자다. 군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출신도 아니다.
본래 전자공학도인 그는 처음엔 과학로켓에 필수적인 지상과의 전자통신 분야를 담당했다. 이후 중형로켓개발 그룹장과 액체로켓(KSR-Ⅲ) 사업단장, 우주발사체 사업단장, 발사체 연구본부장 등 로켓개발 분야 핵심 보직들을 맡으며 성과를 냈다.
그는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2년간 200여명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나로호발사추진단’을 이끌었다. 나로호는 2번의 실패 끝에 지난해 1월 결국 발사에 성공했다.
조 신임 원장은 이 일로 지난해 한국 과학기술분야 최고 상인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그는 이제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로 현장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3년의 임기 동안 한국형발사체(KSLV-2) 개발사업과 달 탐사 프로젝트 등 초대형 우주개발 사업들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인공위성 정보 활용과 우주물체 감시 및 대비 등 새로운 분야도 진두지휘 해야 한다.
조 신임 원장은 “우리가 하는 일은 실패가 따르게 돼 있다.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일”이라며 “그 실패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개발과 함께 항공우주분야 산업화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조 신임 원장은 취임 이튿날인 16일 미래부 산하 과학분야 출연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참석한다. 항우연에 27년간 몸 담으며 말단 연구원에서 원장까지 오른 그가 한국 항공우주 분야에 어떤 의견을 보일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