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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뉴라이트 아냐" 해명에도…사상 첫 '반쪽' 광복절 행사 예고

김관용 기자I 2024.08.12 17:41:41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기자회견 열고 각종 논란 해명
"건국은 하루 아침에 안돼, 1919~1948년 29년 걸려"
"일제 식민지 옹호한 적 없어…신민 발언도 왜곡된 것"
광복회 등 정부 광복절 행사 불참…야당, 임명철회 촉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 건국은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이뤄진 역사적 과정으로 봐야 한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

‘뉴라이트’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수탈론자인 신용하 서울대 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인용하며 “나의 견해도 이 주장과 꼭 같다”고 밝혔다. 그는 광복회 등이 자신을 향해 ‘1948년 건국론자’라고 비판하는데 대해 “건국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은 13년에 걸친 건국 과정이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1919년부터 1948년까지 29년이 걸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에 따르면 미국은 1776년 7월 4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선언 이후 1789년 4월 30일 조지 워싱턴의 초대 대통령 취임으로 건국을 완성했다. 대한민국 역시 1919년 4월 11일 상해 임시정부 수립, 1945년 8월 15일 해방, 3년간의 미군정,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으로 건국이 완성됐다는 논리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각종 논란에 입 연 김형석 관장, 조목조목 해명

특히 독립기념관장 면접 자리에서 ‘일제시대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이었다’고 발언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제시대의 국적은 일본이다.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김 관장은 “이를 두고 일본 신민이라고 주장했다고, 일제 식민 지배를 동조하는 친일파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주권이 없었으니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참가했고, 일본 여권으로 해외를 가야만 했던 때”라고 강조했다.

친일 행적 옹호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 기관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에 따르면 친일인사 관련 자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작성한 친일인명사전의 4476명 명단과 특별법에 의한 정부 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1005명 명단이다.

그는 “두 자료 중 20% 명단만 인정되고 80% 명단에 대해 정부가 판단해 놓은 게 없어 검증이 끝나지 않았고 당사자들의 (친일을 하지 않았다는) 항변도 있다”면서 “전국민적 공감대와 공신력 확보를 위해 학문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선엽 장군 옹호에 대해서도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던 것은 맞지만, 그의 복무 시기 108차례 토벌 작전 중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토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기록들에 대한 학문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면서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을 비방한 적도 없고,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편 가르기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독립기념관의 광복절 경축식 취소에 대해선 그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충청남도)와 함께 행사를 해왔는데, 이번엔 충청남도가 내포 신도시에서 경축식을 열기로 해 독립기념관 행사가 취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독립기념관의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지 않는 건 1987년 8월15일 개관 이후 처음이다.

◇광복회 정부 경축식 불참…야6당, 임명철회 촉구

김 관장 임명에 따라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은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로 나뉘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광복회는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 등과 함께 자체적으로 백범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광복회의 정부 광복절 행사 불참이 현실화 될 경우, 1965년 단체 창립 이후 처음이다. 광복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박수현, 강준현, 황명선, 황정아 등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도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로부터 (정부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면서도 “정부가 그런 생각이라면 인사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독립기념관장 선출 방식이 잘못됐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이자 임원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자신이 부당하게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도 정부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통보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윤 대통령은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은 독립기념관 비상임 이사에서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개혁신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6당은 공동으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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