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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튀르키예 `형제의 나라`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궁즉답]

권오석 기자I 2023.02.23 15:46:38

6·25 전쟁 참전국가임을 떠올리며 `형제의 나라`로 생각
`투르크족` 한자 음차표기가 `돌궐`…고구려와 함께 당나라에 맞서
지진 피해 나자 110여명 대규모 구호대 보내며 복구 지원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방문, 무랏 타메르 대사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Q.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이 찾아와 고마움을 표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구호대 텐트에 한국어와 영어, 튀르키예어로 “고마워 형” “형제의 나라, 한국과 튀르키예” “한국의 친구들이 이렇게 와줘서 고마웠다”고 적었다고 하는데요. 튀르키예와 한국은 왜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나요.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가 참전군인이 많아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한 기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A. “대한민국은 형제의 나라인 튀르키예 국민들이 슬픔과 좌절에서 용기와 희망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입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찾아 지진 피해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조문록에 쓴 글입니다. 어김없이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라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튀르키예를 들으면 `6·25 전쟁 참전국가` 혹은 `피로 맺은 형제의 나라`를 떠올릴 정도로 강하게 각인될 정도입니다. 튀르키예가 6·25 전쟁에 참전했던 과거 때문에 형제의 나라로 불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와 튀르키예의 인연은 최소 1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가기록원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그 전신인 오스만투르크를 세운 `투르크족`의 한자 음차표기는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에도 나오는 `돌궐`(突厥)입니다. 튀르키예 교과서에서도 6~7세기 몽골 일대에서 크게 번성했던 돌궐과 고구려의 관계, 후(後) 돌궐제국이 당나라에 패망한 이후 오늘의 튀르키예 역사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아시아 초원에 세워진 유목 국가인 돌궐은 인접한 고구려와 연합군을 만들어 당나라와 맞섰으며, 고구려의 장수 연개소문은 돌궐의 공주와 혼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록상으로, 양국의 구체적인 교류는 6세기 중엽부터라는 게 학계 의견입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551년 7월(고구려 양원왕 7년) 돌궐이 백암성을 공격해 고흘 장군이 이끄는 1만명이 격파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56년이 지난 607년(영양왕 8년)에는 돌궐에 사신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수나라 양제를 만났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투르크족의 기원을 흉노족이나 훈족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고조선과 교류하던 시대인 흉노족까지 올라가면, 우리나라와 터키의 관계가 무려 200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는 우호적인 관계로 교류를 해왔습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튀르키예에서만 2만 1000여명이 참전해 이중 966명이 사망하고 1155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사망자 중 462명은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돼 있습니다. 이는 유엔군 중 파병 규모로는 4번째, 전사자로는 2번째이기도 합니다. 튀르키예 앙카라 한국공원에는 참전기념비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뒤 곧바로 튀르키예를 ‘최우선 수교대상국’으로 지정하고 1957년 대사급 외교를 수립했습니다. 1957년 정일권 초대 대사를 시작으로 현재 이원익 23대 대사가 2020년부터 부임 중입니다.

이쯤 되면 양국이 혈맹으로 뭉친 형제의 나라라는 점을 부인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대규모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 110여명의 대규모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복구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귀국한 구호대 1진은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고 19구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튀르키예 현지에서 구조한 생존자. (사진=대한민국 긴급구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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