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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찰청 장관 자진 사임…"아베 사망에 책임"

방성훈 기자I 2022.08.25 16:46:51

나카무라 이타루 일본 경찰청 장관 기자회견
"아베 전 총리 사망은 경찰이 책임 다하지 못한 결과"
"새로운 보안 체계 출발 위해 새로운 조직 구축해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경찰청 수장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습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나카무라 이타루 일본 경찰청 장관. (사진=AFP)


25일 로이터통신, NHK방송 등에 따르면 나카무라 이타루 일본 경찰청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사건은 경찰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며 자진 사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지난해 9월 장관으로 취임한 지 거의 1년, 지난 7월 8일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총격을 받고 숨을 거둔 이후로는 약 두 달 만이다.

일본 경찰청은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시달려 왔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보안상 허점을 시인한 바 있다. 이후 경찰청은 57년 만에 경호 체계를 뜯어고치기 위한 개혁에 착수했고, 이날 관련 보고서가 국가공안위원회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나카무라 장관은 “경호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새롭게 경호 체계를 실시하고 인심일신(人心一新·국민의 마음을 새롭게 함)을 꾀할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경찰청은 또 이날 아베 전 총리 피습 당시 경호 체계에 대해 최종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당일 경호의 가장 큰 문제는 위험을 간과하고 이전의 경호 방식을 안이하고 형식적으로 답습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연설 직전 경찰관 배치가 변경돼 용의자 접근을 허용할 정도로 후방 경계에 소홀하게 됐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변경 이후에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후방 경호에 대한 필요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고, 병력 보강을 위한 지휘도 없었다고 경찰청은 꼬집었다.

로이터가 8명의 보안 전문가에 의뢰해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영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호원들이 첫 번째 총격을 놓쳤더라도 두 번째 총격까지의 간격이 2.5초여서 충분히 아베 전 총리를 보호하거나, 최소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경찰청은 앞으로 현직 총리의 경호 계획을 세울 때 도도부현 경찰본부가 만든 계획안을 경찰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향후 선거 유세 등 야외에서 주요 인사 경호시 상공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드론을 날리거나 방탄 유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내각회의에서 나카무라 장관의 사임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카무라 장관은 1986년 경찰청에 입사한 후 경시청 수사2과 과장, 형사부장, 경찰청 조직범죄대책부장 등을 거쳤으며, 2009년부터 5년 반 동안 관방장관 비서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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