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교통인프라 구축비용만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막대한 북한 인프라 개발 비용을 고려할 때 다자개발은행(MDB) 등 국제금융기구나 글로벌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23일 보고서에서 AIIB의 북한 인프라 투자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진행과 대북제재의 해제 △투자 가능 사업들의 각종 리스크 평가와 비용-편익 분석을 통한 수익성 확인 △AIIB 이사회 논의와 총회 최대 다수결 통과 △북한정부의 적극적 협력 의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북한은 현재 AIIB 회원국이 아니기에 회원국 트랙(track)으로는 AIIB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한 AIIB는 회원국 가입 심사 규정에 국제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는 등 북한이 비핵화를 진행하고 국
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전까지는 AIIB 가입이 사실상 어렵다.
다만 AIIB는 비회원국에서도 총회 표결을 통해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북한은 비회원국 자격으로 AIIB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KIEP는 “AIIB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이 지분율(투표권)이 높은 핵심 국가군을 이루고 있어 북한 지원 결정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AIIB의 투표권 배분상 중국, 러시아, 인도, 한국 등 역내 회원국이 75%를 차지하며, 25%에 해당하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역외 회원국들도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경우 북한 개발 지원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아시아 주요 MDB인 AIIB가 북한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북한 개발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키고 여러 국제 투자 주체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AIIB의 초기 북한 인프라 투자 사업으로는 AIIB 회원국인 한국, 중국, 러시아와 북한이 공동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초국경 협력 인프라 사업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신북방정책’에서 남·북·중, 남·북·러의 초국경 교통·에너지 인프라 사업과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AIIB가 수익성을 높은 상업적 지원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무상 증여(grant)나 양허성 차관 등 ODA성 자금지원을 선호할 북한이 AIIB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KIEP는 “북한은 상환 부담이 없거나 적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국제금융기구들의 양허성 차관, 일본의 식민지 배상금, 한국의 남북협력기금 등을 우선적으로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현태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한국정부는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가 진행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되면서 북한 개발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AIIB의 북한 인프라 투자 및 북한의 세계금융기구 가입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국내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AIIB의 대북한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만 가능하다는 인식하에서의 차분한 접근이 필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