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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은 2년 만이다. 또 두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6개월 만이다. 두 사람 모두 세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렵기로 손꼽히는 지도자인 만큼, 이들이 어떤 대화 결과를 도출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의제 없이 진행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구체적인 의제는 없다.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어떤 것이라도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북한 핵·미사일 문제, 시리아와 이란에서의 마찰,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 등 양국이 논의할 만한 현안은 산적해 있다. 회담이 가까워지자 미국이 먼저 시리아 문제를 꺼내들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5일 “미국은 시리아의 휴전 감시와 인도주의적 지원 안전 보장,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대해 러시아와 논의할 준비가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시리아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에도 건재했던 두 정상의 관계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이후 틀어졌다. 이후 미군이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폭격하고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양국 간 갈등은 심화됐다.
양국 지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한-미 군사 훈련을 동시에 중단하고,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뜻을 같이 한 것. 이는 이날 오전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체회의에서도 확인됐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미국이 제시한 추가 대북제재 등 북핵 해법에 반대하며 격론을 벌였다. 미국이 선제타격 등 군사대응까지 언급했으나 러시아는 군사개입은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이란에 대한 접근 방식,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대러시아 경제제재 등도 양국 간 주요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설까지 이끌어낸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어떤 얘기가 오갈 것인지도 관심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보다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한 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속적인 해킹을 지적한 뒤, 향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보복 여부 등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다시 설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적(敵)’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한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트럼푸틴’이라고 불릴 정도로 브로맨스를 자랑했다. 또 트럼프 측근들과 러시아 유력 인사들 간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결국 ‘러시아 스캔들’까지 이어졌다.
한편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국가 차원이 아닌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의 ‘개인적’ 성향이다. 두 정상 모두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돌발행동도 잦다. 하지만 외교적 접근 방식에선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푸틴 대통령을 신중한 준비와 능숙한 속임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전술가에 비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마주한 상대방의 속내를 읽어내는 직관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이 더 많이 갖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외교적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초보자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멀리한 만큼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사람이 어떤 악수를 나눌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