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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와 IT 업계에 따르면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한 곳은 유럽연합(EU)이 유일하다. EU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며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표시를 의무화하고, 챗GPT와 같은 강력한 AI 모델(파운데이션모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감독을 실시한다.
반면 AI 선진국들은 EU보다 덜 포괄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AI의 인력, 정보, 환경 등을 평가하는 ‘2023년 토터스 글로벌 AI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자율적 규제 준수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3위 싱가포르, 4위 영국, 5위 캐나다는 새로운 규제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기존 규제 틀 내에서 AI를 관리하거나(싱가포르·영국), 규제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캐나다). 다만 2위 중국은 사회 안정과 국가 통제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은 ‘2023년 토터스 글로벌 AI 지수’에서 6위를 차지했으나, 우리보다 상위에 위치한 국가들과 달리 강력한 규제법이 도입될 경우 AI G3(3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AI 센터장(변호사)은 이날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EU를 제외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시장 중심 원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일본은 공개된 저작물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때 저작권법상 면책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2대 국회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3건의 AI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는 이용자 기본권과 시장을 모두 고려한 절충형 모델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EU법과 미국의 자율규제 원칙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우리나라가 G3로 도약하려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하니 시장 중심으로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영국 뿐 아니라 EU에 속한 프랑스도 AI 규제에 신중한 모습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혁신을 강조하면서 규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미국은 별도의 AI 규제법이 없고, 일본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역시 규제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라며 “AI 활용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므로, 정부의 지원 근거를 담은 AI 진흥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