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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카카오가 SM엔터의 새 주인이 되면서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칼날이 카카오 경영진들을 향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와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영권 리스크로 시작된 문제의 불씨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M&A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가 사실상 불발됐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지난해 프리나우 지분 약 80%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예비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시한을 넘겨 협상이 무산됐다고 전해진다.
이어 12월에는 카카오페이(377300)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가 무산됐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 주식을 1차로 19.9% 인수하고 이후 51%까지 지분을 추가 인수해 경영권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1차 주식 취득만 진행한 뒤 합의가 무산되면서 카카오의 시버트 보유 지분은 19.9%에 머물게 됐다. 시버트는 정부 당국이 카카오 등에 제재를 취한 사건이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카카오 계열사들의 잇따른 인수 불발이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전사 차원의 미래 비전인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비욘드 코리아는 국내에 치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골자로 하는 전략으로 해외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SM엔터 인수 또한 카카오의 전략 중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SM엔터 인수로 창출하려던 시너지도 대외적 속도를 내지 못하자 매각설이 더욱 힘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가 SM엔터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또한 의혹에 힘을 더한다. 카카오 이사회의 요구로 SM엔터에 대한 재무 및 임원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등 이상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SM엔터가 투자를 진행한 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시세조종 관련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SM엔터 매각 의혹은 쉽게 잠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M&A로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가 역풍을 맞고 있다”며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가 인정된다면 SM엔터가 새 주인을 찾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