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서울 한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디지털뱅킹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해 급격한 자금이탈 가능성은 매우 큰 반면 현행 한은 대출제도를 보면 주요국에 비해 적격담보증권의 범위가 좁고 비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제약되는 등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인정하는 재할인창구대출(discount window lending)을 통해 급격한 자금인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한은은 이런 수단이 불충분하다는 게 총재의 설명이다. 연준은 3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재할인창구대출을 통해 300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최근 영란은행도 비은행에 대해 상시대출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통위 의결을 거쳐 특정한 상황에서만 비은행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고 대출채권의 적격담보 인정 역시 금통위 의결이 필요하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에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이라든지, 비은행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 현행 제도나 실무상의 제약 사항을 보완해가면서 금통위원들과 협의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한은의 대출제도 개편안 발표 시점(7월 27일)이 새마을금고 불안이 고조된 시기와 맞물렸으나 이는 특정 비은행 금융부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SVB 사태 이후 디지털 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준비해오던 것이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유동성 문제인지 혹은 지불능력 문제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신관호 고려대 교수의 지적은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한 발 더 나가 적격담보채권이 지방채, 우량 회사채, 대출채권 등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채권시장의 주요 가격 효과 뿐 아니라 대출 적격담보 확대가 담보시장 발전 및 담보관리 방식의 선진화와 함께 우리나라 은행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은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에게 부여된 본연의 책무이며 금융안정이 전제돼야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