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실업률은 여전히 높아"…연준 긴축 전환, 우려 목소리↑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오는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흑인의 실업률은 아직 높아 우려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의 고비를 죄면 또 다른 임무인 완전고용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AFP)

흑인 실업률은 아직 낮은 상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체 실업률은 4%인 반면, 흑인 실업률은 6.9%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참여율은 흑인과 백인이 모두 같은 62%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않고 있단 일반적인 관측에서 벗어난 내용이다. 흑인의 경우 남들만큼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의사가 있지만,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단 것이기 때문이다.

FT는 경제학자들은 흑인의 관점에서 볼 때 레저나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이 ‘사람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품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종차별이 있는 해당 업계는 노동력 부족을 흑인 고용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단 이유에서다.

가난한 노동자 미복귀에도 금리 인상, 흑인 실업률 못 낮출 수

미국 흑인과 백인 실업률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일 하고 싶어 하는’ 흑인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다면 2015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연준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란 이중책무가 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엔 물가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와 저금리를 유지했던 연준은 7년 만인 2015년 첫 금리 인상을 시도했는데, 당시 이중책무 중 물가 안정에만 관심을 쏟는단 비난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아직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를 올렸던 것인데, 이후 수년간 흑인의 실업률이 백인보다 두 배 높은 비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단체인 AFL-CI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윌리엄 스프리그스는 이번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15년 연준의 첫 금리 인상과 겹쳐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적 약자 계급인 흑인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상태에서 3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긴축 전환을 진행하면 2015년 이후처럼 흑인 실업률이 백인보다 높은 상황이 길게 이어질 수 있을 수 있어서다.

스프리그스는 “연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그들이 틀리면 우리는 모두 곤경에 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즈벨트 연구소의 로렌 멜로디아 부국장은 “2015년의 교훈을 확실히 배웠다면 연준은 경제에 제동을 걸기 전에 보수가 좋은 일자리로 더 많은 흑인 노동자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긴축 전환은, 팬데믹 이후 그간 소홀했던 완전고용 달성을 위해 노력했단 점에서 더 아쉬움을 남긴다. 연준은 팬데믹 이후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 인플레이션이 높아도 이를 용인하며 그간 소홀히 했던 완전고용에 더 집중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파월 의장의 ‘일시적’ 인플레란 ‘레토릭’(수사)도 완전고용을 위해 완화책을 좀 더 길게 가져가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모두가 즉각 느끼는 인플레에 연준 완전고용 고수 어려울 듯”

FT는 이같은 상황에도 연준이 긴축을 미루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다음날 발표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3% 상승이 예상돼 전월의 7.0%를 넘기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과 달리 현재는 변동성이 높고 서민 물가에 영향이 큰 에너지 및 식품의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부유층의 자산 증식에만 유리해 오히려 저소득층인 흑인에 불리하게 작용한단 비판도 있다.

연준에 완전고용 임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단체인 더페드업캠페인(The Fed Up Campaign)의 벤자민 덜친 의장은 “연준은 현재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의 목표를 지키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주아주 큰 목소리에 대응해야 하는 난관에 처해 있다”며 “흑인의 완전고용에서 오는 장점이 추상적인 반면 모두가 다 인플레이션을 즉각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연준이 그 자리를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