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백색국가서 한국 제외’ 시행령 공포…A→B등급 '강등'

김형욱 기자I 2019.08.07 14:19:46

28일부터 시행…3년 유효 ‘일반포괄수출허가’ 적용 배제
시행세칙에 한국 겨냥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없어
日 국가등급 분류 A-B-C-D 개편…한국, A→B등급 ‘강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원폭 74주년기를 맞아 열린 위령식에 참여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는 내용의 시행령을 공포했다.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후속 절차다. 우리만을 겨냥한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은 없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를 통해 공포했다.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도 경산성 홈페이지에 올렸다. 개정안은 7일 공포 기준으로부터 21일이 지난 28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 등은 1100여 품목에 이르는 전략(군사전용 가능) 물자를 우리나라로 수출하려면 3년 동안의 일반포괄허가 대신 까다로운 수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허가를 늦추거나 막는 방식으로 우리 주요 산업의 부품·소재·장비 수급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대상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일본 정부가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별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다만 이번엔 우리만을 타깃으로 한 개별허가 강제 품목을 추가 지정하진 않았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레지스트·불화수소)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해 양국 경제전쟁을 촉발했었다. 일본의 이번 발표만 보면 수출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은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한정될 전망이다.

개별허가가 의무화되면 경산성은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사용하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도 바꿨다.

지금까지 백색국가와 비백색국가 두 가지로 분류해오던 걸 A~D 그룹 네 가지로 재분류했다. 백색그룹 격인 A그룹은 27개국 중 우리를 뺀 26개국이 포함됐다. 우리는 B그룹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A그룹)를 B그룹으로 강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2004년 우리를 백색국가로 지정했으나 15년 만에 강등했다.

그룹A는 과거 백색국가와 마찬가지로 3년 개별허가 절차가 면제된다. 그룹B는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국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했으나 그룹A에는 포함하지 않은 국가라고 경산성은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표에 우리나라 외 어떤 나라가 그룹B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룹B도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순 있지만 그룹A보다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복잡하다. 또 그룹A 국가는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전략물자를 자율 관리하지만 그룹B 국가 수출 땐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룹C에는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 그룹D는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국가다.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들어 있다.

일본 경산성은 명칭 변경 이유로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걸 징용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 관리상 단순 변화라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국가별 전략물자 통제 체제 개편 주요 내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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