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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게임은 질병이 아닌 미래다.”
지난 2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글로벌 ICT 전시회 ‘컴퓨텍스(COMPUTEX) 2019’에서 만난 한 중화권 업체 관계자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인정한 것을 두고 이같이 반박했다.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가 150조원에 달하는 등 하나의 큰 산업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nonsense)’라는 것이다. 특히 게임 시장은 5G(5세대 이동통신)와 인공지능(AI),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과 접목해 향후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혁명을 가로막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찾은 컴퓨텍스 전시장은 전체 전시 공간의 절반 가량이 게임 관련 제품일 정도로 게이밍 분야의 전시 비중이 컸다.
에이수스(ASUS)와 델, AMD, 엔비디아(NVIDIA) 등 글로벌 업체는 물론 중화권 스타트업까지 게이밍 관련 신제품 및 신기술을 뽐냈다. 게이밍 제품은 단순히 PC와 노트북 등 메인 기기에 국한되지 않고 의자와 마이크 등 주변 기기까지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였다.
각 업체의 게이밍 전시장마다 관람객이 붐벼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대만 IT기업 에이수스는 일반 부스와 별도로 게이밍 브랜드인 ROG(REPUBLIC OF GAMERS) 부스를 업계 최대 규모로 꾸리고 플래그십 모델인 마더십 GZ700과 휴대용 게이밍 모니터, 4K UHD 144Hz HDR 모니터 등 초고성능의 게이밍 기기를 전시해 관람객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게이밍 전시 부스를 차린 업체는 물론 관람객도 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WHO의 이같은 결정이 국제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텍스 전시장에 게이밍 제품 부스를 마련한 중화권의 한 업체 관계자는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내부적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관련 기술 발전이나 문화 육성 등에 기여한 게임의 순기능을 모두 무시한 판단이어서 특별히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의 어떤 부분이 유해한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 없이 게임 자체를 질병이라고 보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타당하지 않다. 국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게이밍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대부분은 이번 이슈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라거나 “게임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평온했던 대만과 달리 정작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의 게임 질병 코드 국내 도입 움직임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국내 게임 관련 협회 및 단체 56개와 경희대, 중앙대 등 대학 관련 학과 33개는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전날인 28일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등 국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질병코드 부여 확정 및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 반대 공동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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