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KT와 포스코만 이사회 개최..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이 모두 53곳에 달하지만, 이사회를 열어 기부금을 내기로 결의한 곳은 KT(030200)와 포스코(005490), 정관에 따라 재무위원회를 연 곳은 대림산업(000210)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 상 기부금 지출 내역이 없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자금 출처와 회계처리에 논란이 예상된다.

1일 업계와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 출연금을 냈다.

▲미르재단 출연기업 현황 및 이사회 의결 여부(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정관에 X표시는 기부금 규정이 없다는 의미이고, 규정의 불가 표시는 이사회 규정상 기부금 출연과 관련해 확인이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별로는 현대자동차가 68억8천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의 순이었다.

현대모비스, 호텔롯데, 기아자동차, SK종합화학, SK텔레콤, KT,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삼성물산, 한화, GS칼텍스, 에스원, 제일기획, 한화생명, 대한항공, E1 등은 10억∼30억대의 돈을 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이사회 의결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대부분 정관에 기부금 출연 근거가 없었고, 있더라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부금을 집행한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공익재단 기부금 출연 관련 규정이 있는 곳은 KT와 포스코, 대림산업 정도였다.

이중 KT와 포스코만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기부금 출연 근거가 있고 모두 이사회를 거쳐 기부금을 출연했다.

또 삼성화재는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없지만 12월 10일 이사회 개최가 명시돼 있었고, 대림산업은 20억 이상 기부금 출연 시 정관과 이사회 규정이 있었다. 대림산업(000210)은 10월 30일 기부금을 집행했는데 정관에 따라 20억 원 미만은 재무위원회 결의 사항이어서 재무위원회 이후 기부금을 출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면서 이사회 결의사항 등에 기재하지 않아 자금 집행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KT와 포스코만 정관과 이사회 결의사항에 공익재단 기부금 항목이 표시돼 있고 정상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기부금을 출연했다”면서 “소위 재벌회사들은 수십억 원의 돈을 가져다주면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두 재단에는 지난해 적자를 본 기업 12개사도 거액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4천7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의 출연금을 건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천500억원대의 적자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냈으며, CJ E&M과 GS건설도 지난해 수백억대 적자를 낸 형편이었으나 각각 8억원과 7억8천만원을 내놨다. 2년째 적자를 낸 아시아나항공(3억), 지난해 적자를 낸 금호타이어(4억원), GS이앤알(2억3천만원) LG전자(1억8천만원), LS엠트론 등도 출연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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