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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 전환…1조원대 받아낼까(종합)

김경은 기자I 2015.04.29 16:29:4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호산업(002990)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금호산업 매각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키로 했다. 재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잠재 인수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단 박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가격에 대한 시각차가 적지 않아 결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달 5일 이후로 예정된 55개 금호산업 채권단 전체회의에 지난 28일 진행된 금호산업 본입찰 결과(유찰)에 대한 안건과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박삼구 회장과 개별입찰을진행한다는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호그룹을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대기업들이 없을 뿐 아니라 유일한 인수 후보였던 호반건설이 제안한 인수조건은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금호산업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과 수없이 접촉했지만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었다. 다만 호반건설은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호남지역내 민심이 돌아서자 지역 패권장악을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호반건설이 통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했다”며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에 채권단은 동의할 수도 있었지만 금호산업의 우발부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요구 등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해 유찰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28일 진행된 금호산업 지분 57.5%(약 1955만주)에 대한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전원반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이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 전환을 결의할 경우 지난 2013년 박 회장과 맺은 경영정상화추진 약정서에 따라 복수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도출된 기업가치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가격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박 회장과 금호산업에 대한 의결권의 60%가량를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투자자들간 시각차가 큰 상태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금호그룹의 워크아웃으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려면 주당 6만원은 받아야 최소한 원금은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박 회장은 이미 3300억원대의 사재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 자신의 희생도 컸던 만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지분 72%를 주당 2만6262원에 사들였다. 이 가운데 39.6% 지분 매입자금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대신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금호산업이 3만2500원에 되사주기로하는 풋백옵션을 맺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된 근원인 풋백옵션은 산업은행 사모펀드가 대우건설을 주당 18000원에 인수하면서 차액(행사가격-산은 인수가)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기회비용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이 주당 6만원선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도 금호산업 워크아웃으로 3조원의 손실을 입는 등 희생이 크다”며 “희생을 감수하고 금호산업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FI와 박 회장도 접점을 찾아야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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