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지난 2월부터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4조2150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전기전자(IT) 업종을 쓸어담으며 코스피의 연고점 돌파를 도왔다. 유럽중앙은행(ECB)발 유동성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자’에 나선 외국인들의 투자 바구니에서조차 외면받은 ‘못난이’ 종목이 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은 신한지주(055550)다. 순매도 규모는 2537억원이었다. 이어 순매도 2091억원을 기록한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13일 이후부터는 무려 9거래일 연속 매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은 꾸준히 한국 증시에서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은행주에는 유독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은행주를 일시적으로 집중 매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기존 2%에서 사상 최저치인 1.75%로 인하했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직전인 3월 초까지는 시장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던 시기”라면서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단기적으로 은행주에 집중적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동안 신한지주(055550) 주가는 9.2% 내렸고, 하나금융지주(086790)는 12.5% 하락하는 등 부진했다.
다만 외국인은 은행주 중에서는 KB금융(105560)을 1912억원 순매수하면서 은행주 전반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이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라고 본다면 주가는 바닥을 치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1분기 실적은 무난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만 사라진다면 은행주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현대건설(00072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조선, 건설 업종도 외국인의 집중 매도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 업종에 대한 매도세는 특히 3월 들어 집중됐다. 외국인의 3월 순매도 상위 종목 중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상위권인 2~4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이나 건설업종은 결국 원유가격에 영향을 받는 업종이기때문에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주가가 오르려면 국제유가가 반등해야 한다”면서 “4월부터 달러 강세가 완만해진다면 이들 업종도 반등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주주환원책 불확실성이 두드러졌던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 시내 면세점 리스크 등으로 주가 전망이 밝지만은 못한 호텔신라(008770) 등도 외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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