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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가 중국 중앙정부의 반부패 운동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필리핀 마닐라가 새로운 아시아 카지노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마카오에 본사를 둔 카지노 운영업체 멜코크라운엔터테인먼트가 2일(현지시간) 마닐라에 `씨티오브드림즈 마닐라`를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씨티오브드림즈는 고급 호텔 세개 동과 380여개의 게임 테이블을 가지고 있는 대형 카지노 리조트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엔터테인먼트 씨티라는 이름으로 마닐라 해안가에 아시아 최대 카지노 허브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아시아 카지노 허브인 마카오와 홍콩에 밀려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됐다. 2013년 중국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習近平)이 반(反)부패 정책을 벌이면서 마카오와 홍콩 카지도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인들 떠났기 때문이다. 마카오 도박조사국(GICB)은 1월 마카오 카지노 업계 총 매출이 237억파타카(약 3조306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올해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의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카오가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카지노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필리핀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마닐라에서 `마닐라베이리조트`를 열고 말레이시아 겐팅그룹도 내년 리조트월드베이쇼어를 개장할 계획이다. 율리우스 게바라 부동산 컨설팅업체 콜리어스 대표는 “카지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마닐라 해안가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마닐라가 중국인 VIP 카지노 손님 유치에 있어 마카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VIP 정켓(카지노 고객유치 사업자) 비즈니스 세율도 마카오의 3분의 1 수준인 15%이기 때문이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 로런스 호는 “낮은 정켓 세율 덕분에 마카오 정켓 업자들이 마닐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켓 업자들은 게임판을 벌이는 대신 일정 수수료와 세금을 납부한다.
필리핀 유흥산업 관리공단 파콜(PAGCOR)은 앞으로 10년간 카지노 매출을 연 100억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록한 25억달러의 4배이며 미국 라스베이거스 연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