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요즘 주택시장의 최대 화두는 전세난이다. 저금리 속에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30일 내놓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은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저소득층 전·월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면한 전세난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세 대출 출시·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다. 우선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을 통합한 가칭 ‘버팀목 대출’이 출시된다. 소득이 적을수록, 또 보증금이 적을수록 대출금리(2.7~3.3%)를 우대해 주는데, 부부 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가구로서 저소득층이라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한 경우에는 여기에 금리를 1%포인트 더 깎아주기로 했다.
월세 대출도 처음 선보인다. 정부는 취업 준비생과 자활 의지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약 7000명에게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연 2%의 금리로 매월 30만원씩 최대 720만원(2년치)을 빌려줄 계획이다. 또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로 생애최초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부부 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일 때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금리를 0.4%포인트 우대해주기로 했다.
월세 납입에 대한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도 강화해 월세 납입 보증범위가 9개월분 임차료에서 24개월분으로, 보증 가입 대상은 신용등급 1∼6등급에서 1∼9등급으로 각각 확대하고 보증료는 인하된다.
임대주택 공급도 늘어난다. 시급한 전·월세난 완화를 위해 당장 연말까지 매입·전세임대주택 공급량을 애초 계획보다 3000가구 더 늘리고, 내년에는 이 물량을 1만가구 확대해 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건설 기간이 짧고 보증금도 싼 다세대·연립주택의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공사 기간이 2~3년이 걸리는 아파트와 달리 1년 이내인 다세대·연립주택을 지어 전·월세 가격이 널뛰는 지역에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가 6억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 135㎡ 이하인 미분양 주택을 내년 말까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사용할 경우 취득 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소득의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공공임대주택 의무 임대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여 공급을 활성화하고 국민·영구임대주택과 10년 장기임대주택 등을 지을 때 용적률을 법률상 상한까지 허용키로 했다.
◇“저소득 지원책으론 전세난 해소 역부족”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융 지원’과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카드를 담은 이번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세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임대차시장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전세난을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연구소장도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미래에 효과가 나타나고 저소득층 월세 대출이나 금리 우대 정책 역시 대상이 소수에 불과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임대차시장의 가장 큰 불안 변수로 작용할 강남 재건축 대량 이주 수요를 조율할 이주 시기 분산책과 전세시장 수요 압박을 덜어 줄 이렇다 할 세제 규제 완화책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난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 강화를 통해 전세난을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저금리가 정착되고 전·월세 전환율이 금리와 연동돼 서서히 하락하면 (월세 수요도 줄면서) 전세난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은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 단기적인 대책은 없다”며 “주거 바우처(주거 급여제도) 확대와 함께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