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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대형마트·SSM은 오랜 기간 장보기 시장에서 고객을 놓고 맞붙어왔다. 이마트가 쿠팡을 겨냥해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대형마트 규제 논쟁 때마다 쿠팡과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 오프라인 유통의 지난 10년이었다. 하지만 퀵커머스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 떠오르면서 경쟁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쿠팡의 앱이 이제 마트와 슈퍼의 새 매대가 된 셈이다.
편의점은 일찌감치 이런 전략을 택했다. CU의 ‘포켓CU’, GS25의 ‘우리동네GS’ 등 자체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 주문·픽업·배달을 받으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외부 플랫폼에서도 같은 상품을 판다. CU와 GS25는 지난 5월부터 쿠팡이츠 배달을 심야를 포함한 24시간 체제로 확대했고 세븐일레븐도 최근 쿠팡이츠에 합류했다. 자사 앱을 키우면서도 주문을 늘리기 위해 외부 플랫폼의 고객과 배송망까지 활용하는 셈이다.
경쟁사 간 협업은 퀵커머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객을 놓고 경쟁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경쟁사의 울타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SSG닷컴은 경쟁 이커머스인 11번가의 장보기 전문관 ‘마트플러스’에서 이마트몰을 운영 중이다. 11번가에서 이마트 상품을 주문하면 SSG닷컴이 새벽·주간배송하는 구조로, 지난해 5월 시작한 협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맞붙던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도 합작 관계로 묶여 알리바바의 글로벌 유통망을 국내 판매자의 해외 판로로 쓰고 있다.
이처럼 경쟁과 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배경에는 유통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배달 앱은 장보기·쇼핑으로, 오프라인 유통사는 온라인·즉시배송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같은 고객을 두고 맞붙는 영역은 오히려 늘었다. 반면 상품과 고객, 물류 등 모든 경쟁력을 한 업체가 갖추기는 어려워졌다. 과거 독자 생태계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경쟁사의 생태계와 필요한 부분을 연결해 자신의 빈틈을 채우는 전략이 확산하는 이유다. 삼정KPMG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트렌드 첫머리에 플랫폼 간 전략적 제휴를 뜻하는 ‘신(新)연합전선’을 올렸다.
기존 시장의 성장만으로 고객을 늘리기 어려워진 점도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1% 늘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14.4%)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둔화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7.3% 줄어 2024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뒷걸음쳤고 SSM도 6.6% 감소했다. 온라인은 다른 유통사의 상품과 점포를 활용해 성장 동력을 찾고, 오프라인은 외부 플랫폼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사 플랫폼에 들어가는 것을 고객을 내주는 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소비자가 여러 채널을 넘나드는 지금은 고객을 특정 앱에 가둬두기 어려워졌다”며 “모든 상품과 고객 접점, 물류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추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 관계에 있더라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협업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