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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최소 5조원 이상인 높은 HMM의 몸값 때문이다. 현재 실사를 벌이고 있는 세 곳의 현금동원력이 최대 2조5000억원이다. 외부의 자금을 동원해야 몸값을 지불할 수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 같은 우려를 반박했다. 강 회장은 최근 “‘새우가 고래를 먹으려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인수합병(M&A)이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사는 건 아니다. 그 반대 경우도 많다”며 “지금 HMM이 가진 대규모 현금은 일시적인 부분이다. 그걸 제외하면 인수 후보자와 차이가 크지 않다. 고래와 고래의 대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한 회사들은 각자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그건 최종 입찰 때 판가름하면 된다. 벌써 자격이 안 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해운업 불황도 이번 매각 성사를 어렵게 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13일 891.55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컨테이너선의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운임지수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글로벌 해운업 동맹 시스템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해운업 불황 속 경쟁만 치열해질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CBER)’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만기 이후 해운사 연합은 시장점유율 30%를 넘으면 EU 반독점 규정을 적용받는다. 해운동맹의 해체는 가격 경쟁을 촉발시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대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이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이어진 바 있다.
산업은행 측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입찰가격, 자금조달 계획, 인수 후 경영계획, 국내 해운업 발전에 대한 기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