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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앞둔 광주붕괴현장… "실종자, 제발 빨리 돌아왔으면"

권효중 기자I 2022.01.27 14:40:41

사고 발생 17일째, 여전히 5명의 실종자 건물 안에
"설 연휴 앞인데, 가족들 얼마나 답답하겠나"
"광주 시민으로서 불안하고 안타까워"
정치인들 방문에 반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시위도

[광주=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제 곧 설인데…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찾으면 마음이 조금은 낫겠어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7일로 17일째를 맞았다. 주말부터 시작되는 설날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5명의 실종자는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흔적이 확인된 두 번째 실종자의 구조 역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주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27일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시민들이 실종자들을 위해 노란 리본을 매달아놓았다. (사진=권효중 기자)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 근처는 이날에도 여전히 폴리스라인으로 통제가 이뤄지는 중이다.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는 길 앞 펜스에는 오고가는 시민들이 매달아놓은 노란 리본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 리본들은 광주의 고등학생들 등이 매달아놓은 것이다. 리본에는 ‘무사히 돌아오세요’, ‘기다립니다, 어서 돌아오세요’, ‘외삼촌, 따뜻한 밥 먹으러 가요’ 등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들이 담겨 있다.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리본을 들여다보거나, 무너진 채 흉물이 돼 있는 회색빛 아파트를 바라봤다. 지역주민인 장모(64)씨는 “이제 곧 명절인데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마음이 좀 낫지 않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택시기사인 조모(68)씨 역시 “사고 현장은 터미널 근처이고, 인근에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들도 있어 광주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곳”이라며 “그런 위치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서 지나갈 때마다 불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조씨의 동료인 A씨는 “택시 몰기 전에 건설 일을 20년 정도 했었는데 요즘은 콘크리트에 질 나쁜 모래를 섞고, 날씨가 추운데도 무리하게 공사를 해서 빨리 올리는 것만 따진다”며 “아이파크뿐만이 아니라 주변 신축 아파트는 최소 30층은 될텐데 지역 거주자로서 학동에 이어 계속 사고가 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주변 건설업체에서 일한다는 B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같은 현장 작업자들의 얼굴도, 옷도 잘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정작 사고 친 회사(HDC현대산업건설)는 모르겠다고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냐. 가족이라면 정말 속이 타들어갈텐데, 설 전에 한 명이라도 더 찾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주변이 다소 시끄러워졌다. 이번 주만 해도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시작으로 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리고 이날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까지 현장을 찾아왔다. 이들의 방문 때는 지지자들과 유투버 등이 모여들어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좁은 길목이 꽉 막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을 맞아 사고 현장 주변에서 정의당이 HDC현산의 영구 퇴출,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로 구성된 피해대책위원회는 “지금 오는 건 보여주기밖에 안 된다”, “이미 사고는 일어났는데 해결책이나 갖고 오라”고 정치인들의 방문에 반발했다. 홍석선 피해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방문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 사태가 날 때까지 광주 서구청은 뭘 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총 3명의 실종자가 확인됐다. 이중 1명은 지난 14일 수습을 마쳤으며, 지난 25일 27층에서 1명, 이날 28층에서 1명이 각각 확인됐다. 다만 현장은 여전히 잔해가 많이 쌓여 있어 구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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