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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퀘어·페이스북, 사명 변경…사업 확장 의지 드러내
미국 모바일 결제 기업 스퀘어는 사명을 블록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CNBC는 스퀘어가 기존의 모바일 결제 사업을 넘어 블록체인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퀘어는 지난 2009년 도시가 짐 맥켈비과 공동 창업한 모바일 결제 회사다. 스퀘어는 스마트폰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중소상인을 위주로 사세를 키웠다. 이후 P2P 디지털 뱅킹 앱을 출시하고 소기업 대출을 시작하며 은행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재는 선구매 후지불(BNPL) 업체 애프터페이와 래퍼 제이-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을 인수하며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도시는 “우리는 스퀘어라는 이름이 이제는 간편 결제 사업과 동의어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회사는 블록이란 새로운 이름을 갖겠지만, 사업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 넓은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스퀘어=모바일 결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셈이다.
스퀘어 측은 “블록이란 이름은 블록체인 사업을 의미할 수 있다”라면서도 “블록으로 구분된 도시 지역 비즈니스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음악을 함께 듣는 소규모 모임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블록)을 해결하는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등 많은 의미를 갖는다”라며 사업 확장 의지를 나타냈다.
앞서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은 지난 2015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모기업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정했다. 포털 위주의 사업을 벗어나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에서다. 알파벳 측은 기업 이름에 대해 “구글과 같은 규모의 기업을 로마자 알파벳 A에서 Z까지 전부 채워넣겠다는 목표를 담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명 변경이 IT 기업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니다. 2019년 던킨도너츠는 사명을 던킨으로 바꿨다. 커피 등 다른 식음료 사업에 무게를 두면서 도너츠 전문기업으로 인식됐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겠단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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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적 이미지 탈피 위한 변경도…진정성 의심되면 역효과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은 지난달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SNS 앱인 페이스북은 그대로 이름을 유지하되,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해선 페이스북보다 포괄적인 기업 명칭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에서 선두 기업임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내부 고발 등으로 추락한 페이스북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단행했다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페이스북의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겐은 지난 10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경영진이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하고, 유명인들을 관리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규정을 차등 적용했다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자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사명 변경 카드를 꺼낸 기업은 적지 않다. 담배로 유명한 필립 모리스는 2001년 모회사 이름을 알트리아로 변경했다. 당시 스티븐 패리쉬 알트리아그룹 수석부사장은 “기업명을 바꾼다고 해서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흡연이 사망할 확률이 높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회사 이름을 바꾸면 담배 회사가 아니라 큰 소비재 지주회사로 우리의 역할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경영학을 강의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질 에이버리 선임 강사는 기업의 이름 변경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사명 변경이 성공하려면 기존 고객에게 개명 이유를 설득력 있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명칭 변경의 이유가 진실하게 보이지 않거나 잘못된 이유로 행해진다면 기업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해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