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관계자는 22일 “현재 교육용에 최대한 할인을 해주고 있다”며 “교육용 요금체계를 당장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도 “특별히 배려해 다른 요금보다 싸게 교육용 요금제도를 만든 것”이라며 “찜통교실 논란은 요금 제도가 아니라 교육 예산지원으로 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전기요금 주무 부처가 서울시교육청의 기본요금제 변경 신청을 사실상 반려한 것이다. 현행 교육용 요금을 개편하려면 산업부의 인가를 거쳐 한전 약관을 수정해야 한다. 교육용 기본요금제는 전년도 12개월 중 가장 많이 전기를 쓴 최대수요전력량(피크전력량)에 기본 단가를 곱해 기본요금을 산정한다. 봄·가을에 1kWh를, 여름·겨울에 100kWh를 쓰면 1년 기본요금 산정에 100kWh가 적용된다.
이 결과 평상시 적게 전기를 쓰더라도 졸업식 등 연중행사 때 순간 최대전력이 급증하면 ‘기본요금 폭탄’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찜통더위에 학생들이 시달리는데도 에어컨을 마음 편히 틀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기요금이 가장 부담스럽다’ 응답은 96.7%(2013년 초중고 대상 교총 조사)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1년 단위 피크 기준을 당월 또는 분기 단위로, 국민의당(김성식)은 월 단위로 개편을 요구한 상태다.
◇“과도한 기본료” Vs “할인까지 적용중”
현재 양측은 현행 요금제도의 적절성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계는 기본요금 폭탄에 요금 인상까지 겹쳐 요금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최대 6.9%까지 요금이 인상돼왔다. 작년 기준 교육용 판매단가(113.22원/kWh)는 산업용(107.41원/kWh)보다 비싸다.
교육부도 교육용 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22일 충남 공주시 봉황중학교를 방문해 “학교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교육용 전기요금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보고를 집계한 결과 19일까지 개학한 학교 4881개교 중 1개 학교가 휴업했으며 23개교는 개학을 연기했고 274개교가 단축수업을 하는 등 잇따른 폭염 때문에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
그러나 산업부와 한전은 산업·일반용과 같은 기본요금 체계이고 할인까지 적용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름(7~8월), 겨울(12~2월)에 6~15% 요금할인이 이뤄지는데다 교육용 판매단가가 일반용(130.46원/kWh)보단 싸다는 입장이다. 다만 산업부는 “교육용 원가나 원가회수율(판매수익/총괄원가)은 주주들과 관계된 내부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전력 과부하” Vs “초중고 사용량 0.6% 불과”
개편 파장을 놓고도 엇갈린 입장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교육용 요금을 낮춰 사용량이 늘면 피크 때 냉방수요가 몰려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용 기본요금을 내릴 경우 다른 용도별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 관계자는 “피크 수요를 맞춰 설비를 설치했는데 기본요금을 내리면 고정비를 회수할 길이 없어진다”며 “주택용 등 다른 용도별 요금이나 교육용 사용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교육용이 내려가면 다른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초·중·고교의 전기 사용량은 전체의 0.6%로 비중이 매우 낮아 월 단위로 기본요금제를 적용해도 전력기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교육용 사용량(769만600MWh)은 전체 전력사용량(4억8365만4816MWh)의 1.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육용 전기료 개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공익적 명분이 있고 한전의 지원 여력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작년 기준)을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부가 공익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전력 공급원가의 수준 및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후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전기요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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