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의 특허를 의도적으로 침해했다’는 배심원단 평결을 뒤집으면서 삼성으로선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할 상황에서 벗어났다. 법원이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아 자칫 배상액 폭탄을 맞을 뻔한 위험은 빗겨난 것이다. 다만 특허 침해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미 법원에서의 판결은 애플의 승리쪽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을 다루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은 이날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일부를 의도적으로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작년 8월 이 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애플에 10억5000만달러를 물어주라고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담당 판사인 루시 고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권을 침해하긴 했으나 고의성은 없다고 이날 판결한 것이다. 이는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 자체를 뒤집은 것이 아니어서 손해배상 결정 자체를 아예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으로선 미국 법원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사실상 패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미 법원이 특허 침해에 대한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이 크게 불어날 위험은 사라졌다. 법원이 고의성마저 인정하면 삼성은 괘씸죄가 적용돼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 경우 배상액이 최대 3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삼성으로선 손해배상액이 줄어들지는 않을지언정 더욱 확대될 위험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앞서 고 판사는 작년 12월13일 최초의 1심 판결을 내리고 애플이 제기한 “삼성의 표준특허를 무효화 해달라”는 주장을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결정한 취지는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내릴 판결들이 삼성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간 세기의 소송전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고 판사는 작년 12월6일 가진 최종심리를 끝으로 판결을 순차적으로 내리고 있다. 당시 고 판사는 세기의 소송이라 일컬어지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너무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사안별로 차례로 판결을 내려왔다. 고 판사가 내릴 마지막 판결은 최종 손해배상액 결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최종 배상액이 늘어날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맞지만 미 법원이 얼마만큼의 배상액을 물라고 결정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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