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또 금리인상하나…다시 고개 드는 엔캐리 트레이드 공포

장영은 기자I 2024.09.09 17:12:14

美 고용지표 부진에 엔캐리 청산 우려까지…투자심리↓
엔화 강세 수순…엔캐리 청산 불가피·속도가 관건
단기 대규모 청산 가능성 낮아…"1~2년간 청산 지속"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시장에 8월 ‘블랙먼데이’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5일 국내 증시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엔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쿄증권거래소 내 닛케이225 상장 종목 주가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온통 하락을 뜻하는 파란색을 띄고 있다. (사진= AFP)


9일 한국과 일본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대비 약 3%, 코스피는 1.8%가량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두 시장 모두 장중 낙폭을 줄이며 약보합권에서 마감하긴 했으나 위험 회피가 강해지며 시장 심리는 약해진 모습이다.

이날 아시아 주식시장에 하락 압력을 준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 주말 나온 미 고용 지표의 부진이 꼽혔지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확실시 되는 와중에 최근 일본은행(BOJ)이 연내 최소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국가 간 금리 차를 이용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미·일 간 금리 차 축소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자극하고 엔화 강세로 이어지게 된다.

달러·엔 환율 추이.


◇美 경기 둔화 속 日 금리 추가인상 전망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은 풍족해졌지만 표심을 가진 일본인의 살림살이는 코로나까지 겹쳐 팍팍해지기만 했다”며 “차기 총리는 지지율을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달 27일로 임기가 끝난다. 문 연구위원은 “달러·엔 환율은 5년 가까이 진행된 상승 트렌드가 깨졌다”며 “중기 추세선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위 그래프 참조)

국제금융센터는 이번달 ‘글로벌 주요 리스크’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새로 편입했다. 김위대 국금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추가적인 미·일 금리차 축소와 엔화 강세 등이 예상돼 피투자국(엔화를 빌려 투자한 국가) 자산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 조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지표상 집계치보다 클 수 있어, 50% 이상 청산 주장은 다소 과장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요국이 긴축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완만한 청산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지만 문제는 급격한(대규모) 청산이 이뤄지는 경우다. 지난달 5일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주요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블랙 먼데이가 그 사례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7월 말 BOJ의 ‘깜짝’ 금리인상과 8월 초 불거진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및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엔화 가치는 중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 AFP)


◇“당분간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낮아”

다만, 현재로서는 8월과 같은 엔캐리 자금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경기가 연착륙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연내 한 차례(12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8월 블랙먼데이에 불거졌던 것과 같은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나타날 가능성은 다소 낮다”며 “7월 말에는 시카고상품선물거래소(CME)의 엔화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이 15만 계약을 상회했지만, 현재는 롱(매수) 포지션이 조금 더 우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CME 엔화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은 4만1000계약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위대 부장도 “오늘 보면 지난주 말에 비해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식으로 지그재그형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엔화 강세가 진행될 것 가능성이 크다”며 “엔화 가치가 수직 상승하지 않는다면 (엔캐리 자금의)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적 수준에서 엔화가 저평가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1~2년 간 청산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차익거래의 한 종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와중에 미국과 유럽 등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커졌다. 이자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되는 엔화 대출을 받아 금리가 높은 국가의 국채나 미국 기술주 등에 투자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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