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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넘어도 일단 낸다”...교보ㆍ농협생명도 킥스 유예 신청(종합)

전선형 기자I 2023.03.13 16:48:00

보험사 19곳 신청...이 중 절반 정도는 건전성 상당
킥스 시 요구자본 많아져...일단 유예하며 부담 덜어
경과지켜본 뒤 조기중단 등 활용해 정상화 나설 듯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19개 보험사들이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적용을 유예해달라며 금감원에 무더기로 신청서를 냈다. 생명보험사는 전체 중 절반이나 신청했고, 킥스 비율 150%를 넘기는 곳도 상당수다. 보험사들은 일단 경과를 지켜본 뒤,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회사 중 킥스 관련 경과조치(선택적)를 신청한 보험사는 19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보험사의 35.8% 수준이다. 그중 생명보험사는 전체 보험사의 54.5%에 달하는 12개사, 손해보험사는 재보험과 보증보험사를 합해 총 7개사가 신청했다.
킥스란 보험자산과 부채를 기존 원가평가에서 100% 시가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맞춰 도입된 신 지급여력제도다. 기존 지급여력비율인 RBC처럼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지만, 기존 자산만 시가평가했던 것과 달리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금리 상승기에 외부 요인에 따른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킥스의 요구자본에 RBC에는 없던 새로운 리스크 관리 요소가 추가돼 자본 확충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킥스는 IFRS17도입에 맞춰 올해부터 적용이다. 그러나 당장의 도입을 부담스러워하는 보험사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경과조치 제도를 마련해 보험사가 킥스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로 했다. 경과조치 제도는 기존 지급여력비율이었던 RBC비율이 법에서 요구하는 100% 기준을 넘는 보험사에 대해서 킥스가 100%를 넘지 못해도 적기시정조치(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해 주는 것이다.

이번에 보험사들이 신청한 경과조치 항목을 보면 대부분 신규보험리스크 측정에 대한 유예를 신청했다. 리스크가 커지면 이에 따라 쌓아야할 자본도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해당 항목의 유예신청을 한 보험사는 요구자본산출 시 신규 평가항목으로 도입되는 생명ㆍ장기손해보험위험액의 장수위험액ㆍ사업비위험액ㆍ해지위험액ㆍ대재해위험액, 일반손해보험위험액의 대재해위험액 등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주식리스크와 금리리스크 관련 경과조치를 신청한 곳도 8곳이나 됐다.

특히 이번 경과조치 제도 신청에 특이한 점은 건전성이 높은 곳들이 다수 신청했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을 비롯해 신청한 보험사 중 절반 가까이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가수치를 계산했을 때 모두 150% 이상이 넘었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180% 이상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건전성이 높은 수준임에도 경과조치 제도 신청에 나선 것을 두고 금융업계는 최근 금융시장 내 커지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채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긴축 우려에 국고채 금리가 다시 요동치며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97%로 전월 말 대비 0.47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년물은 3.829%, 10년물은 3.753%로 각 0.530%포인트, 0.456%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높아지면서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금전적으로 탄탄한 지주사가 없는 곳들의 경우 리스크가 커질 경우 도움을 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유예신청을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RBC비율이 150%이하로 떨어졌던 곳들 중에서도 킥스 상황에서도 지표가 정상 범주안에 들어오지 못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경과조치 제도를 신청한 회사 중 건전성이 높은 곳들은 ‘조기 중단’제도를 통해 올해 안에 정상적인 제도 적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구성, 신규 상품 판매 등을 통해 킥스 비율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사 마다 사정이 있을 테지만, 일단 건전성이 높게 나왔다 하더라도 가수치이고, 요구자본 확대 등의 부담 요소가 있기 때문에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수치는 3월말 계수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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