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2지구에 거주하는 노정자(65)씨는 큰 불이 났다는 외침을 듣고 마을 전체가 새벽부터 난리였다고 회상했다. 노씨는 “작년 8월에 물난리 났을 땐 우리 2지구까지 큰 피해를 봐서 이번에도 새벽 내내 마음 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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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전화를 받자마자 4지구로 달려왔다는 이운철 주민자치회 부회장은 전날 내린 눈·비 영향으로 길이 미끄러워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소방관들이 불을 끄려고 해도 벽이랑 지붕이 비닐로 된 보온덮개로 쌓여 있어서 진입하기가 힘들어 불 진압도 못 했다”며 “이런 구조는 안에서 불이 나면 밖에서 물로 불을 끄는 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판잣집으로 이뤄진 구룡마을은 화재에 취약해 더욱 큰 피해로 이뤄졌다. ‘떡솜’으로 불리는 단열재 등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밀집해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이다. 이날 불이 발생한 구룡마을 4지구는 96세대 중 약 60세대가 소실됐고, 피해소실면적은 2600㎡로 집계됐다. 집을 잃고 한순간에 이재민이 된 마을 주민 60명은 마을 자치회관으로 대피해 강남구가 마련한 임시주거시설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구룡마을 4구역에서 발생한 불이 5구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경찰과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27분쯤 구룡마을에서 큰 불이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한 시간 만인 오전 7시 26분쯤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구룡마을 화재는 발생한 지 5시간 20여분 만에 모두 꺼졌지만 구룡마을 4·5·6지구 거주자 50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엔 소방 197명, 경찰 320명, 지방자치단체 300명 등 총 918명이 동원됐고 포크레인 등 장비 68대와 헬기 총 10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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