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가을 날씨에 서울 한강공원에 나들이를 나오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제대로 치우지 않는 이들이 태반이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일반·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등 종류별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시민들과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배달용 일회용품 때문에 환경미화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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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000명대를 기록한 첫 주말. 서울 한강공원 곳곳에는 선선한 가을 날씨를 즐기기 위해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코로나19에 지친 일상을 달랬다. 시민들은 가급적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답답함을 참지 못해 밖으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 4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 이후 한강공원에서 음주·취식을 자제해달라며 곳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대부분 시민들은 아랑곳 없이 배달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잔디밭으로 가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먹었다. 고 손정민씨 추모 공간 주변에서도 캔맥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띄었고, 자리마다 비닐봉지·캔·종이상자·플라스틱 병 등 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러 왔다는 20대 여성 김모씨는 “방역지침이 까다로워서 어딜 놀러 가기가 애매해 한강을 찾았다”며 “백신도 맞았고 한강에 오면 다들 배달을 시키니까 우리도 치킨을 시켜 먹었다”고 말했다. 친구 3명과 캔맥주를 마시던 20대 남성 A씨는 “날씨도 좋고 기분 전환할 겸 왔다”며 “도시락을 싸기도 그렇고 친구들이랑 간편하게 먹고 치우고 가려고 배달 음식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한강공원 구석에 놓인 쓰레기 수거함에는 일반 쓰레기봉투 이외에도 시민들이 몰래 버리고 간 음식물 등 쓰레기 조각이 널브러져 있어 비둘기 먹잇감이 되었다. 잔디밭 곳곳에도 비닐봉지·캔 등이 버려져 있었지만 아무도 치우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음식물 찌꺼기·종이 상자 등이 뒤섞인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한 데 모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한 시민은 미화원의 제지를 당하자 “그럼 어디에 버리면 되느냐”며 머쓱해했다. 라면 국물 자국이 그대로 남은 종이컵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30대 남성도 “헹궈서 버려야 하는지 몰랐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엄마 손을 잡고 분리수거장을 찾은 아이는 쓰레기봉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에 놀라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코를 붙잡고 연신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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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입구 인근 분리수거장에서 일하는 미화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시각각 2차 분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는 평일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붐비는 탓에 쓰레기통이 순식간에 가득 차 일이 두 배가 된다고 강조했다. 약 1시간 만에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는 각종 쓰레기로 꽉 찼다.
4개월째 주말마다 근무하고 있다는 미화원 이모(73·남)씨는 “요즘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만큼 쓰레기도 산더미처럼 늘었다”며 “‘플라스틱’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일반 쓰레기랑 종이가 다 섞여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 버려진 쓰레기를 맨손으로 분주하게 분리하던 그는 “쓰레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자칫 ‘개똥’까지 만져야 할 때가 있다”며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잘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속을 해도 계도만 할 뿐 엄벌을 가하지 않는다”며 “현장 단속관리반이 분리수거장에 상주해 있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민들에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확실히 부과해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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