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에서 7일(현지시간) ‘아두카누맙’을 승인하면서 다른 치매치료제 개발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18년만에 치매치료제 승인이 나면서 많은 제약·바이오사들이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돼 연구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치매치료제의 큰 특징은 대체로 경도인지, 초기 환자를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매치료제는 거의 없다”며 “초기 단계로 타깃을 설정해 성공율을 높이는 접근이 많아졌다. 아두카누맙도 2018년 실패했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데이터를 꺼내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 3상 단계인 치매치료제는 에자이·바이오젠 ‘BAN2401’, 알제론 ‘ALZ-801’, AZ테라피스 ‘ALZT-OP1’, 타우알엑스 ‘LMTX’ 등이다. 액섬 테라퓨틱스 ‘AXS-05’(2·3상), 일라이 릴리 ‘도나네맙’, 애브비 ‘ABBV-8E12’(2상) 등도 그 뒤를 쫓고 있다. 이중 일라이 릴리가 올해 초 가시화한 성과를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췄다”며 도나네맙 임상 2상 예비결과 발표한 것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치매치료제다.
한국에서도 아리바이오가 이달 말 ‘AR1001’ 임상 2상을 종료할 예정이다. 단일 기전, 주사형인 기존 치료제와 달리 다중기전 방식의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펩트론은 작년 말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 파키슨병 치료제 ‘PT320’ 물질 이전 계약을 맺었다. 동물 모델에서 인지장애 개선 효능을 확인했고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높았던만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치매치료제 ‘ID1201’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또 젬백스는 지난 4월 ‘GV1001’의 국내 임상 3상 신청을 반려 당했지만 디자인을 보완해 재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 CMO 계약 불가피
‘아두카누맙’ 승인으로 치매치료제 개발업체가 아닌 관련업계도 수혜가 기대된다.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가 약 5000만명이라는 점에서 위탁생산(CMO) 기업과의 계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는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 간 오랜 인연에 기인한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주주로 합류하면서 삼성바이오와 연을 맺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서 신경질환 치료제에 강점이 있는 바이오젠의 전문성을 높이 사면서 협업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바이오젠은 투자를 늘리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 유럽 판매를 담당하며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내왔다. 지난해 바이오젠이 유럽에서 올린 해당 치료제 3종의 매출은 7억9600만달러(8600억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