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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주택시장 급랭 분위기가 올해 역대 최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기록하며 열기가 뜨거웠던 경매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경매시장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평균 낙찰가율이 올 들어 처음 100% 아래로 뚝 떨어진 것이다.
27일 법원경매 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1~26일)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96.1%를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낙찰가율이 100% 이하인 것은 감정가보다 더 싸게 팔려나갔다는 의미다. 이달은 아직 경매 진행일이 3일 남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올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매달 낙찰가율이 100%를 넘으며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9월엔 107.28%를 기록해 지난 2001년 이래 역대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증하자 경매에서 고가낙찰을 해도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입찰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이 열기는 9·13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시장이 주춤했던 10월(103.85%)과 11월(106.99%)까지 이어졌지만 이달 들어 급격하게 확 꺾였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이 급속히 침체된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까지 어려워지면서 경매시장에 참여하려는 응찰자들이 확 줄어들었다”며 “침체한 매매시장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응찰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6일 강남구 논현동 ‘아크로힐스논현’ 84㎡(이하 전용면적)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3㎡가 경매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모두 유찰됐다. 강남권 아파트는 최근까지 경매에 나오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며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딴판이다.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뜻하는 낙찰률 역시 이달 들어 41.4%를 기록하며 올 들어 처음으로 50%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경매에 나온 아파트 10건 가운데 주인을 찾은 물건은 약 4건에 그친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 5월 이후 60% 이상으로 올라선 이후 8월 70%대를 넘겼고 10월엔 79.52%를 찍으며 이 역시 지난 2001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다 11월부터 낙찰률이 63.08%로 떨어지더니 이달엔 아예 40%초반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경매 물건 증가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낙찰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