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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겔 한계…유방보형물, 몸은 '이물질'로 인식

이순용 기자I 2018.03.20 15:08:02

만성염증·섬유화 유발 … 줄기세포가슴성형, 촉감 자연스럽고 안전성 우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젊었을 적 얼굴이나 몸매 가꾸기, 문화적·지적 충족에 유달리 남보다 앞서려 하던 초로의 왕 여사(61세)는 30년전쯤 당시 유행하던 파라핀 가슴성형을 받았다. 성형 후 한동안 만족스러워 어깨를 으스대고 다녔지만 5년이 지나자 유방조직이 변색되고 염증이 일어났으며 괴사가 진행되려 했다. 무면허 의사에게 속칭 ‘야매’로 받은 수술도 아니었지만 결국 파라핀 덩어리와 함께 파묻힌 여린 핏덩이살을 일일이 제거해야 했다.

이런 경험에 왕 여사는 실리콘 소재의 유방보형물을 이용한 가슴성형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린다. 하지만 딸과 주위 또래 젊은 여성들은 “엄마가 잘 몰라서 그런다, 실리콘은 안전하다”며 “허가받은 제품을 사용한다면 안전성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실리콘은 미용성형수술의 보형물 소재로 애용되는 단골 손님이다. 다른 물질에 비해 인체 면역거부반응이 적으며, 액체의 물렁물렁한 정도를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리콘 관련 부작용이 최소화됐지만 이물질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실리콘은 세포간 소통을 차단하고 면역세포의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세포간 협력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지만 이물질인 실리콘이 체내에 들어오면 림프계 순환이 막히고 T세포·B세포 등 이물질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자극한다. 고분자 화합물인 실리콘을 깨끗이 제거하지 못하면 잔류물질이 주변 조직에 만성염증, 섬유화(구형구축) 등을 유발한다. 림프액이 고여 붓거나 심하면 피부괴사에 이르게 된다.

신 원장은 “유방보형물은 겔 상태의 실리콘 내용물을 막 형태의 실리콘이 감싸는 형태로 이뤄진다”며 “실리콘 삽입 부작용으로 보형물 주위가 딱딱해지거나 양쪽 유방 형태가 다른 짝짝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보형물을 삽입하는 가슴성형수술은 볼륨감 있는 몸매를 얻는 대신 언젠가 보형물이 누수·파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유방보형물 파열 및 구형구축 부작용은 2016년 기준 657건으로 여전히 많았다. 2013년 1,176건, 2014년 940건, 2015년 985건에서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다.

신 원장은 “관련 수술 후 보형물 파열이나 구형구축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대략 10년이 지나면 전체 이식보형물의 40% 정도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실리콘겔 유방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3년째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파열 여부를 확인하고, 이후엔 2년 주기로 파열 여부를 검사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방보형물 삽입수술의 대안으로 등장한 게 줄기세포가슴성형이다. 이 시술은 보형물이 파열·누수될 위험도 없고, 수술 후 가슴모양이 자연스러우며, 생체친화적이다. 줄기세포가슴성형은 환자의 복부나 허벅지 등에서 지방을 뽑아 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순수 지방세포와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가슴에 주입한다. 줄기세포가 인접한 세포·조직의 분화와 증식을 도와 생착률이 70%를 웃돈다.

신 원장은 “줄기세포는 시술 주위 세포와 조직에 끈질긴 생명력을 부여한다”며 “줄기세포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복부·허벅지의 지방을 정제해 가슴에 주입하는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은 지방세포가 스스로 소멸하는 탓에 생착률이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사멸한 지방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정통 줄기세포가슴성형과 유사한 시술 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SC301의원 관계자는 “줄기세포가슴성형은 유방보형물 삽입술을 대체할 다양한 장점 갖고 있지만 같은 부위에서 지방을 여러 번 채취하기 어렵다”며 “전문성과 안전성을 갖춘 병원에서 시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방보형물을 활용한 가슴성형은 20~30대 여성이나 외향적 돋보임이 필요한 커리어우먼에서 선호도가 높은 반면 줄기세포가슴성형은 자연미를 추구하는 사회초년생, 결혼·취업을 앞두고 신선하면서도 수수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사람, 중년 이후 사라진 볼륨감으로 좌절하는 주부 등에서 호감을 얻고 있다.

신동진 원장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줄기세포가슴성형 연구에 매진해왔다. 2012년 말부터는 ‘짝퉁’ 줄기세포가슴성형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핵심고객층인 3040 여성들 사이에서 줄기세포가슴성형의 장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3년내 줄기세포 지방이식을 활용한 방법이 전체 가슴성형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줄기세포가슴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봉긋한 느낌이 보형물보다 덜하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며 “성형은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주체적으로 선택했을 때 만족감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어 “줄기세포가슴성형은 보형물 삽입술의 부작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물감이 없으며, 볼륨감과 촉감이 자연스러운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이 줄기세포가슴성형 시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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