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황정민·유아인 주연의 영화 ‘베테랑’이 관객 1334만1112명(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끌어 모으면서 아바타(1330만2637명)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이 영화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도 대박을 터트렸다. VC 투자액이 총 1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수익률은 100%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수익금(124억원)을 기록한 ‘명량’을 비롯해 ‘암살’ 등 ‘1000만 영화’가 쏟아지자 VC 업계 역시 영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 우려에도 투자 `꾸준`
5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VC들은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지난 10여년간 매년 100~150개의 영화에 새로 투자해왔다. 수익률은 썩 좋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계를 보면 지난 2008년 -43.53%였던 한국영화투자 수익률은 △2009년 -13.12% △2010년 -11.0% △2011년 -14.73%로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다가 △2012년 13.33% △2013년 14.14%로 반전했다. 그마저도 2014년에는 0.3%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올해 투자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VC)의 영화 투자 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임·공연·드라마 투자가 각각 연간 30개 내외로 투자(프로젝트 기준)하는 점을 감안하면 5~6배 수준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투자의 경우 편성권을 쥐고 있는 주요 방송사가 갑(甲)이기 때문에 VC가 투자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게임과 공연은 리스크(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꺼리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룰 세팅’ 완벽해..회수 방법 명확
VC들이 영화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떼일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투자 절차가 정형화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에서 제시한 영화투자표준계약서 양식에 따라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진위 발표 통계에서도 제작비 사용 내역이 △기획개발비 △인건비 △진행비 등으로 명확히 구분돼 있다.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이사는 “영화는 예산 사용처부터 수익자 인센티브 배분 방식까지 룰세팅이 완벽하게 돼 있다”면서 “투자사 입장에서는 (영화가) 흥행하느냐 못하느냐만 생각하면 돼 투자 결정이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방송사가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 드라마나 제작비 사용처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음반, 관객수 확보가 쉽지 않은 공연에 비해 영화 투자가 낫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흥행작의 경우 관객 1인당 3200원 내외가 투자자에게 돌아온다고 전했다. 1만원을 내고 한 편의 영화를 보면 영화발전기금 3%(300원)을 제한다. 이후 부가가치세 10%(970원)을 뗀다. 남는 금액(8730원) 중 절반(4365원)을 극장이 가져간다. 배급사는 남은 절반에서 배급수수료를 뗀다. 여기서 총 제작비를 제한 금액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계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수익 배분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게 짜여져 있는 셈이다.
대형배급사 늘고 자금수혈 쉬워
안정적인 기반의 대형 배급사들이 시장을 끌어가는 것도 VC들이 영화 투자를 일정수준 이상 유지하는 배경이다. 박근진 대성창업투자 상무는 “대형 배급사들의 등장으로 투자 규모가 커진데다 한국영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투자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콘텐츠 투자사인 CJ와 쇼박스는 각각 ‘베테랑`(1324만118명, 9월말 현재 영진위 집계)과 ‘암살`(1269만8143명) 배급을 담당했다.
다른 콘텐츠 투자에 비해 펀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0일 발표한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를 보면 올 2분기 모태펀드가 자펀드를 통해 콘텐츠 분야에 투자한 경우는 총 1조5562억원(2354건)이었다. 모태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문화부의 자금을 받아 개별 벤처캐피탈(VC)에게 배분하는 펀드다. 이중 영화투자는 8744억 6000만원(1409건)으로 전체 콘텐츠 투자액의 55.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53.4%에 비해 2.4%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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