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존 사장급 조직을 부사장급으로 낮추는 등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 빼기도 함께 추진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의 경우 조직 내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를 가전의 본산인 유럽으로 파견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잘 나가는 부품(DS)부문은 변화의 폭을 최소화해 현재 고수익 기조를 유지하는데 주력하도록 했다.
◇ 무선이 살아야 삼성전자가 산다
삼성전자는 10일 조직개편을 통해 B2B 업무를 총괄하던 글로벌B2B센터를 해체하고 B2B 관련 영업 기능은 IT·모바일(IM)부문 내 무선사업부로, 전략 기능은 글로벌마케팅실로 각각 이관했다.
미디어솔루션센터(MSC)의 경우 무선 관련 기능은 무선사업부로 넘기고, 빅데이터센터는 소프트웨어센터와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분해했다.
이에 따라 무선사업부는 내년부터 헬스케어와 교육 등 B2B 사업과 모바일 콘텐츠 등 기존 MSC가 담당했던 사업까지 총괄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경질설이 나돌았던 신종균 IM부문 사장을 유임시킨 바 있다. 이어 최근 스마트폰 라인업 정비와 중저가 제품 확대 등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 중인 무선사업부에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제공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B2B 영업을 무선사업부로 이관한 것은 ‘모바일 B2B 일류화’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콘텐츠 사업도 무선사업부로 넘어가면서 스피드와 실행력,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IM부문의 자존심은 지켜줬지만,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글로벌B2B센터장을 맡고 있던 김석필 부사장은 퇴진한 이돈주 사장의 뒤를 이어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선임됐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부사장)도 이철환 사장 후임으로 개발실장을 맡게 됐다.
사장급 조직이 부사장급으로 낮아지면서 IM부문 내 사장은 신종균 사장과 네트워크사업부장인 김영기 사장 등 2명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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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보직인사에서 10개 지역총괄 중 2개 총괄을 교체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주(유럽)총괄이었던 이선우 부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엄영훈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은 점이다.
유럽의 가전 시장은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다. 밀레와 지멘스, 보쉬 등 전통의 강자와 삼성전자 등 신흥 강호가 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까지 호시탐탐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엄 부사장은 가전 분야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윤부근 CE부문 사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유럽 시장을 총괄하며 스마트홈과 빌트인 가전의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엄 부사장 후임으로는 서남아총괄을 맡고 있던 박병대 부사장이 선임됐다. 박 부사장이 떠난 자리는 중남미총괄 SELA법인장인 홍현칠 전무가 맡는다.
올해 6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한 반도체 사업 조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20나노 D램 양산과 V낸드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출시, 14나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양산 등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부문은 조직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메모리 사업의 고수익 기조를 견실히 유지하고 시스템LSI사업부의 체질 개선을 통해 사업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