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0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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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서의 행력에도 특이점이 있다. 역사 속 유명인들의 삶을 재구성해 화폭에 담아내는 거다. 그 리스트에는 불우한 개인사를 가진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작가 자신의 개인사도 기꺼이 포함됐다.
영국 전방위 아티스트 빌리 차일디시(Billy Childish·53)가 아시아 첫 개인전을 한국에서 열었다. `기이한 용기` 전이라 이름 붙이고 회화와 레코드, 책표지 등 50여점을 내놨다. 이번 전시에 그가 데려온 `유명인`은 한국 근대소설가 이광수와 시인 이상이다. 그들의 인생과 작품을 탐구해 그만의 기교로 묘사했다. 거친 붓터치와 강렬한 색의 대비가 특징인 화법이다. 캔버스 속 인물들의 강한 생명력은 여기서 나왔다. 얼핏 보면 에드바르트 뭉크나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시킨다.
이광수나 이상을 조명한 건 `사건의 영원성`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한국 전시에 초대 받은 후 찾아낸 이들에게서 그는 암울한 시대와 마주했던 예술적 고뇌와 번민을 봤다고 했다. 100여년 전 그들의 고통을 현재 자신의 고통과 마주세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고여 있는 감정의 충돌·결합을 드러내려 한 것이다.
한때 그는 현대미술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기도 했다. 실험적 가치는 없어지고 그럴듯한 이미지만 남은 예술을 탄식했던 때다. 1999년 11명 예술가가 주창한 스터키즘(Stuckism)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껍데기뿐인 예술이 회화의 부재에 있다고 `그림으로 돌아가자` 부르짖은 국제미술운동이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지만 응축한 주제는 한 가닥이다. 전시제목인 `기이한 용기`다. 이는 1989년 그가 지은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예술의 거만함을 조롱하는 일에 평생 가담해왔다”는 그는 그 시에서 “그림 그리기는 다름 아닌 캔버스 위 신이 되기”라고 썼다. 6월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02-2287-3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