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시장, 해외 초청 공연 축소 지시
"안산 외국인주민 공연 늘리고 계승해야"
내년 외국팀 섭외비 0원 혹은 대폭 삭감
일부 정치권·시민 "공연 질 하락 우려"
[안산=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안산시가 내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해외 초청 공연을 축소할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외국공연팀 대신 국내팀 무대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정치권과 시민은 외국팀을 빼면 공연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프랑스 현대무용단 컴퍼니 딥티크가 5월4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환영’이라는 작품으로 개막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안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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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이민근 안산시장은 지난 7월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결과보고회에서 내년 해외 초청 공연을 줄이고 안산 등 국내 우수 공연팀 위주로 거리극축제를 준비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했다. 이에 안산시 문화관광과는 올해 거리극축제 예산 13억원(시비)보다 3억원 적은 10억원으로 내년 축제 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 2억원이었던 외국공연팀 섭외비(항공료·숙박비·사례금)는 내년 0원으로 줄이거나 대폭 삭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올해 해외기관에서 외국팀 섭외비로 3000여만원을 지원받았는데 내년은 시장 방침 때문에 지원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5월에 열린 안산거리극축제에서는 전체 공연팀 77개 중 12개가 해외에서 초청된 외국팀이었다. 외국팀 비중이 15%밖에 안됐지만 개막·폐막 공연을 모두 외국팀이 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폐막작 외에도 외국팀 공연에는 관객이 많이 몰렸다. 나머지 65개 국내팀은 대부분 아마추어 단체들로 구성돼 공연의 질을 높이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시민들로부터 나왔다. 시는 지난해 외국팀 9개를 초청했고 2019년과 2018년에는 각각 21개, 22개 외국팀을 섭외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2020~2022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기존 거리극축제 때 20개 이상이었던 외국공연팀을 올해 12개로 줄인 것은 축제 운영비와 인건비가 올라 외국팀 섭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이민근(가운데) 안산시장이 7월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결과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안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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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는 최근 10년간 거리극축제 때마다 외국팀을 10개 이상 초청했는데 내년에는 1개도 섭외하지 않거나 1~2개만 초청하려고 한다. 이민근 시장이 외국팀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은 안산 공연팀 무대를 확대하려는 의도이다. 이 시장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안산은 국제도시로 외국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며 “외국인주민의 공연 역량을 발굴하고 계승해 우리의 시선으로 축제를 기획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팀 중심의 축제를 안산 등 국내팀 위주로 바꿔야 한다”며 “외국팀 공연을 무조건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다소 어려운 외국팀 공연을 줄이고 재밌고 이해하기 쉬운 국내팀 공연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안산지역 공연팀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 예술가 지원을 확대할 수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시는 올해 거리극축제 때 안산 전문 공연팀을 7개(9%)만 섭외해 지역 예술가를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내년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거리극축제의 ‘꽃’이라 불리는 외국팀 공연 축소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최진호 안산시의원은 “외국팀을 축소하면 축제 질이 높아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축제 때 진행한 국내외 공연을 평가해 우수 공연을 다음 해에도 무대에 올리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 본오동에 사는 김모씨(40대)는 “국제축제인데 외국팀 공연이 없어지면 다양성이 약화되고 축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문화관광과의 내년 축제 예산안을 최근 기획예산과에 제출했다”며 “아직 시의회 심의가 안돼 확정된 것이 아니다. 내부 검토와 의회 협의 등을 거쳐 외국팀 섭외비를 어떻게 할지 정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