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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가마솥 더위'…남풍·구름이 '비닐하우스' 만들어

이영민 기자I 2024.07.29 17:23:11

1994년 이후 가장 긴 열대야 기록
강원 속초와 강릉에선 '초열대야'
태풍 지나간 뒤 남풍 유입돼 밤 기온↑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장맛비가 내린 뒤 전국에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습도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서 30년만에 가장 긴 열대야가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초열대야’까지 나타나며 밤낮으로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올해 여름 열대야 일수는 이미 7일을 넘기면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8.6일) 이후 30년만에 가장 긴 열대야로 기록됐다.

열대야를 넘어서 초열대야가 발생한 지역도 있다. 지난 28일 강원 속초(30.6도)와 강릉(30.4도)에는 밤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도 △창원(28.3도) △보령(28.2도) △정읍(28.0도) △남원(27.3도) △고흥(27.9도)△강진(28.4도) 등이 하루 최저기온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주 발생한 긴 열대야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겹친 기압계는 우리나라에 폭염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기압계다. 티베트 고원에서 가열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따뜻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국내 상공에 두껍게 자리 잡으면서 주말 동안 경기와 충북, 전북, 부산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국내로 유입된 남풍과 구름은 여름밤 더위를 지속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제3호 태풍 ‘개미’가 대만을 지나 중국으로 이동한 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풍이 가세하면서 국내에 따뜻한 공기가 유입됐다. 낮 동안 강한 햇볕과 따뜻한 공기가 육지를 달군 가운데 최근 한반도 상공을 구름이 뒤덮으면서 비닐하우스 안과 같은 찜통더위가 발생한 것이다. 구름은 이불을 덮은 것처럼 지표면의 복사열이 대기권 밖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기온을 높일 수 있다.

열대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30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9도, 낮 최고기온은 29~36도로 예상된다.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21~24도, 최고 29~33도)보다 조금 높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체감온도 역시 33~35도 내외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장마 이후 습도마저 높아져서 앞으로 열흘간 곳곳에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지역은 한때 비가 내리면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갈 수 있지만, 비가 그친 뒤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더울 것으로 예측된다. 29일부터 3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 북부·남동부·서해 5도 5~30㎜ △서울·인천·경기 남서부 5~10㎜ △강원 중·북부 5~30㎜ △강원 남부 5~10㎜ △충북 북부 5~10㎜다.

30일 경기 북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강한 자외선을 주의해야 한다.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수도권과 강원·경기 북부 일부 지역은 ‘높음’, 충청과 전라, 경남에는 ‘매우 높음’ 수준의 자외선이 발생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각별히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유아와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야외작업장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한편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5시에 옥외작업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에어컨 실외기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점검하고 전력량 사용 증가로 인한 정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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