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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 미디어 사이트 ‘샤오홍슈’에서는 나이 들어 유학가는 ‘고령유학(高齡留學)’과 관련한 해시태그의 조회 수가 5600만회를 넘었으며,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에 정치 독재 체제에 대한 좌절감이 고조되면서 이주 물결이 시작됐다고 SCMP는 분석했다.
실제 2022년 코로나19 봉쇄로 지옥 같던 상하이 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클라우디아 케(35)는 “상하이에 깊은 애착이 있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나를 강타해 떠나야 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교육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나이든 중국 여성들이 외국에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명확하지 않더라도 해외 유학을 통해 중국을 탈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쓰촨성 청두 출신인 캐리 카이(30)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척들의 비난을 오랫동안 견뎌왔다.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에 희망이 보이지 않자 아일랜드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찾기로 한 뒤 저축한 돈을 컴퓨터 공학 석사 학위에 모두 투자하며 유학길에 나섰다.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트렌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조어로 유행했던 ‘윤학(潤學)’의 연장선에 있다. ‘윤’의 중국어 발음이 도망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run’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에선 장기간의 코로나 봉쇄와 권위주의에 염증을 느껴,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위챗에 따르면 2022년 이민에 대한 검색은 2021년 대비 약 5배 증가한 3300만건에 달했다. 이후 이민에 대한 검색 수가 늘자 위챗은 관련 데이터를 검열하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30대 미혼 여성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과 관련해 “미혼 여성이라는 뿌리 깊은 낙인, 팬데믹 이후 중국의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한 경력단절, 자유를 빼앗아 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정치적 통제 강화, 직장에서의 성차별과 나이 차별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SMCP는 지적했다.
중국 사회의 모순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에선 27세가 넘은 미혼 여성을 ‘남은 여성’으로 낙인찍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 하에 태어난 여성들은 자립적이고 교육에 앞서 나가도록 양육됐지만, 국가적 담론으로는 여성에게 대학을 졸업한 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라고 요구하는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크다. 이러한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여성이 해외 유학을 선택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30세 이후에 직업을 변경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며, 고용주들이 임신과 출산 가능성을 경제적 위험으로 보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중국의 구직 사이트인 즈핀닷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61.1%가 구직 중 결혼 및 임신 상태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51.1%는 나이가 직업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남녀 간 임금격차도 문제다. 2023년 남성의 평균 도시 임금은 여성보다 12% 높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해외에서 중국 여성 학생들의 삶을 연구한 프란 마틴 멜버른대학교 문화연구 부교수는 “중국 여성들이 유학을 가는 것은 노동 시장의 편견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