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영향없다" 했지만…美 수출규제에 엔비디아·ASML 골머리

김겨레 기자I 2023.10.18 16:31:09

단기 매출 손실 가능성 낮지만 중장기 경쟁력↓
엔비디아, 일부 사업장 중국 밖 이전 검토
인텔·AMD 반도체도 규제 대상 포함될 듯
반도체 업계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 반발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엔비디아와 ASML 등 반도체 업계가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내놓은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추가 조치로 인한 단기적인 매출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2대 시장인 중국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중국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A800과 H800 2종과 게임용 반도체 1종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미 정부가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금지한 이후 엔비디아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사양을 낮춰 중국에 수출하자, 이번 추가 조치를 통해 우회로를 막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미 정부의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매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워낙 높아 대중 수출 감소의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제품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규정이 특정 제품을 적시에 개발해 고객에게 공급하거나 기존 고객을 지원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중국과 마카오, 러시아 등에 위치한 사업장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33억달러(약 72조원)가 증발했다.

인텔이 중국 맞춤형으로 내놓은 AI 칩 가우디2도 판매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가우디2는 중국에서 엔비디아 A100과 H100 판매가 금지되자 대안으로 떠올라 판매량이 급증했다. AMD의 AI용 칩 MI250 및 MI300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내년부터 심자외선(DUV) 장비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ASML은 “이번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중국의 일부 팹(공장)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매출의 지역별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ASML의 3분기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수출 제한 추가 조치가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 발전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해외 고객이 (미 기업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도록 조장하기 때문에 미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도 “GPU는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반도체, 전력 증폭기 등을 포함한 컴퓨팅 시스템에 들어가는 광범위한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정교한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미국 정부의 목표는 수출 통제 조치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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