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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D램 시장의 혹한기가 본격화했단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IT 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D램 업황도 올해 내리막을 걸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PC D램 가격 하락에 이어 11월부터 서버 D램 가격 하락폭도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D램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각 기업의 매출 역시 줄어들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005930)가 71억3300만달러(약 9조3000억원)로 전분기 대비 34.2% 줄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분기 대비 25.3% 감소한 52억4600만달러(약 6조8400억원), 미국 마이크론은 26.3% 감소한 43억5000만달러(약 5조67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가 크게 주춤했다. 3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0.6%로 직전 분기(43.4%)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9.9%로 같은 기간 1.8%포인트 늘었고, 마이크론 역시 24.8%로 1.2%포인트 상승했다.
D램 한파를 맞은 메모리 기업들은 이같은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통한 생산량 조절에 나선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D램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레거시(성숙)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 역시 지난달 웨이퍼 투입량을 직전 분기(6~8월) 대비 20% 줄이고 이후에도 추가로 감산할 수 있다고 했다.
신규 설비투자 규모 역시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대비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50% 줄이고, 마이크론 역시 전년 대비 투자를 50% 축소할 계획이다.
반면 D램 1위 자리를 삼성전자는 감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일각에서는 혹한기를 버텨 회복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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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물량이 조절되면서 D램 가격은 내년 중반께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도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반전은 내년 2분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내년 초까지는 꼼짝 없이 D램 겨울이 이어지는 셈이다. 4분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최근 한 달간 증권사 추정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은 7조9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또 SK하이닉스의 경우 최대 2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D램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반의 재고 수준이 높아 올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당장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각 기업이 각각의 전략을 앞세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